재미란, 게임이란 무엇인가

2020. 12. 19. 15:14잡담

재미란 무엇인가.

 

◆ 물음과 견해들.

◆ 즐거움(⊃재미)의 근원, 어떤 것들이 재미있을 수 있는가.

◆ 다음 글 ‘게임이란 무엇인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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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음과 견해들.

 

재미란 무엇인가.

재미는 즐거움의 일종으로 생각된다.

어떤 것에 대해 ‘재미있다’고 하는 것들을 살펴보면, 재미있다고 하는 것의 범위는 아주 넓은 것 같다.

‘재미’에는 핵심 의미가 있긴 하되, (다른 즐거움과 구분이 쉽지 않다보니) 보다 넓은 의미로도 쓰인 것이 아닌가 싶다.

 

『재미 이론』의 저자 라프 코스터는 이 책에서 “뇌가 패턴 학습을 할 때 재미를 느낀다.”라고 했다.

학습이 생존에 도움이 되는데, 너무 쉬우면 더 이상 학습을 할 이익이 없기 때문에 재미가 없게 되고, 너무 어려우면 학습이 안 되기 때문에(학습을 하려는 시도에 이익이 없기 때문에) 재미가 없게 되는 것 같다.

 

일면 공감하나 달리 생각하는 점은, 나는 학습 대상을 ‘패턴’이라기보다 ‘투입-산출 구조’라고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고, 이것에서 느끼는 재미만이 재미의 모든 것이 아니고 다른 재미 경로도 있다고 생각한다. 있긴 있되 게임에서 ‘주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투입-산출 구조 파악 관련 재미'라고 생각한다.

 

게임 기획자들에게 유명한 책 『Art of Game Design』의 저자 제시 셸은 이 책에서 “재미란 놀라움이 있는 즐거움이다.”라고 했다. 내 생각에 이 말은 뻔해지면 재미가 없게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약간 새어 나와서, “게임에서, 뻔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요소”에 대해 얘기해본다.

 

나는 일단 확률(주사위 굴림, 카드 뽑기 등), 매우 많은 정보(바둑과 같이 경우나, 다양한 카드가 많은 경우), 다른 사람에 의하는 부분(경매 호가, 남 생각 맞추기 등)을 그러한 요소로 생각한다.

 

그러니까 게임에서 무작위 요소는, '게임이 뻔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무작위 요소 자체가 꼭 재미를 더하기만 하거나 덜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별 게임마다, 무작위 요소가 게임에서 재미를 더하는 게임도 있고, 재미를 더는 게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 성향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많은 정보’는, 아무리 정보가 많다고 해도 꾸준히 갱신이 이뤄지지 않는 한 보통 유한하기 때문에, 파고들면 전부 파악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셋 중 나는 가장 선호하지 않는 수단이다.

단순히 특정 한 게임의 내용을 다 외웠다고 해서 그것이 성적(점수 등, 얼마나 잘했는지)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게임들이 실제로 많이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게임에서 그런 점을 단점으로 느낀다.

그런 게임은, 내용물을 외운(숙지한) 경험자를, 외웠을 리 없는 초심자가 결코 당해낼 수 없고

‘생각하는 능력’이 소용이 없으며 그냥 외우기만 하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게임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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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움(⊃재미)의 근원, 가치, 어떤 것들이 재미있을 수 있는가.

즐거움(⊃재미)은 생물이 느끼는 느낌 중 하나이므로 생물적 관점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유전자는 존속되길 원하여 영향력을 확고히 하기 원하며 영향력을 증대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유전자는 존속에 유리하도록 개체로 하여금 어떤 것들을 추구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

생물의 기본 욕구로 식욕, 성욕, 수면욕이 이야기되곤 한다.

유전자는 개체로 하여금 굶어죽지 않게 하기 위해 배고픔과 미(味)적 즐거움을, 대가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 성욕과 성감을 준 것 같다.

이에 못지 않게 감각자극욕구, 이치를 파악하고 재확인하고 활용하고자 하는(이하 ‘이치 파악에 관련된’) 욕구, 능력을 얻거나 강화하고 발휘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고자 하는(이하 ‘능력 발휘에 관련된’) 욕구 또한 생존에 직결되는, 생물의 기본 욕구라고 생각한다.

생존을 위해 감각기관이 계속해서 제 기능을 해야 하고, 자연재해의 전조와 같은 이치를 알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물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면 새끼 사자들이 레슬링 같은 놀이는 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이런 놀이를 통해 새끼 사자들은 사냥 능력을 기르게 됩니다”와 같은 내래이션 멘트가 나오곤 하던 것 같다.

식욕에 대응하는 즐거움이 미(味)적 즐거움이고 성욕에 대응하는 즐거움이 성감이라면 마찬가지로 이치 파악이나 능력 발휘에 관련된 즐거움이 바로 ‘재미’인 것 같다.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생존에 관련된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생물에게 식욕, 성욕이 무의미한 것이 아닌, 오히려 중요한 것임과 마찬가지로 재미 추구도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즐겁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물건이 남지 않아 그 가치가 잘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공연장이나 놀이공원 입장 등에 사람들이 돈을 내고서도 그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보면 ‘누군가를 즐겁게 하는 것’도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살다보면 난관(⊃적)을 만날 수 있어서 유전자는 개체가 난관에 직면했을 때 흥분을 느끼게 하고 난관을 해결했을 때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난관을 해결하는 데에 이치 파악, 능력 발휘가 도움이 된다.

 

삶은 한 순간만 사는 것이 아니니 어떤 체험에서 무언가 배우고, 배운 것은 생존에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생물은 역할 놀이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체험은 많은 경우에 감각자극욕구를 충족시켜주곤 한다. 그래서 게임이 아닌 것에서도 어떤 체험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밖에 생존에 관련된 즐거움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볼 수 있다.

비아(非我)와 통하거나 비아를 통제하는 데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데(위협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므로 생존에 유리하여) 이들의 상위 항목으로는 영향력 증대, 확고화가 있고,

비아와 통하기의 하위 항목으로는 공감, 친해지기, 내가 지지하는 이 인정받기, 육성, 덕질(팬 활동), 생각 맞추기가 있으며

비아 통제의 하위 항목으로는 지지 얻기, 여론 얻기, 속이기, 생각 맞추기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능력 발휘에 관련된 재미와 이치 파악에 관련된 재미는 유사하다. 개별 건을 따지면 겹치는 건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이치를 파악하는 것과 무관하게 얻는 능력도 있다고 생각되고, 알게 되어도 그것이 곧 능력 획득이 되지는 않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서 둘을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지는 않고 구분하였다.

능력 발휘에 관련된 내용의 하위 항목으로는 신체 능력 발휘, 논리적 추론, 투입-산출 구조 파악을 들 수 있겠다.

투입-산출 구조 파악은 쉽게 와닿게 말하자면 ‘내가, 어떻게 했더니, 어떻게 되었네’ 하는 것이다. 어떤 투입-산출 구조가 있을 때 생물은 선호될 만한 어떤 결과를 기대하며 어떤 시도를 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데에서 재미를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게임에서 가장 주되게 느껴지는 재미는 바로 이것인 것 같다.

 

어떤 장치 같은 것이 작동되는 것을 알아가고 확인하고 활용하는 데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이치 파악, 투입-산출 구조 파악에 해당하기 때문인 것 같다. 장치류의 작동은 거기에 더해 시각적이나 촉각적 긍정적 자극을 준다.

 

재미있는 것으로 게임 못지 않게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이야기’다. 이야기를 듣거나 읽음으로써 사람들은 간접 체험을 하고, 어떤 이치를 알게 되기도 하고, 이야기 속 인물이 능력을 갖추고 발휘하는 내용을 접하기도 하고, 이야기 속 인물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공감을 하게 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인물 덕질을 할 수 있게 되기도 하다. 이야기에는 즐거움을 느낄 요소가 잔뜩 들어있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것들에서 재미가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본바 위와 같은 견해로 나는 어떤 것이 재미있다면 왜 재미있는지 내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 ‘게임이 재미있으려면 A, B, C 요소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할 때 ‘A, B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요소이지만 C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고 내가 재미있는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게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게임을 하는 법을 익혔다고 해서 그 게임을 꼭 잘하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다만 이 글은 누군가가 어떤 재미있는 것을 만들고자 할 때, ‘어떤 요소를 넣을 때 그것이 재미있어질 수 있는지’ 생각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내가 만약 ‘재미있으려면 적과의 싸움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텔레스트레이션’과 같은 게임은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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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것'에 대해서도 ('재미'와 구분하여) 생각해본 게 좀 있는데... 이건 간단히 두 가지만 적어본다.

 

웃김이 어떨 때 발생할 수 있는지는 통 모르겠다. 일단 무언가 엉뚱한 것에서 웃김이 유발되는 것 같은데, 무언가 엉뚱하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나 웃긴 것은 아니다.

웃김과 가장 강하게 연결되는 키워드 두 가지로 '능청'과 '집착'은 꼽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2차적으로 여기에서 파생되는 '과장', '허위'도. 그런데 능청을 부리며 과장, 허위로 말을 할 때, 그걸 보는 관객은 그것이 과장,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관객까지 속으면 그건 정말 속이는 것이 되어, 웃기지 않게 된다. 서스펜스에 대한 설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등장인물들은 몰라도 관객을 알아야 한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례한 언행이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무례한 말을 한다고 그게 꼭 웃긴 것은 아닌데, 무례한 말이 웃긴 경우가 꽤 보이다보니

유머 감각이 부족한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무례한 말을 필요 이상으로 하곤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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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글 ‘게임이란 무엇인가’ 예고.

게임은 이야기, 체험(⊃역할 놀이), 능력 발휘와 관련된 내용이 모두 어우러질 수도 있는 문화콘텐츠다.

그런데 이야기도 역할 놀이도 포함하지 않는 게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게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본 바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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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란 무엇인가.

 

◆ 결론부터 말하면

◆ 물음과 답을 찾는 방식

◆ 생각해보게 된 동기

◆ 게임이라는 말의 3가지 의미

◆ 사전적 정의와 사람들의 견해들

 ◈ 사전적 정의

 ◈ 여러 견해들

 ◈ ‘놀이’와의 비교, 구분

 ◈ RP(역할 놀이)는 게임일까

◆ 게임에 흔히 폭력이 들어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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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게임’이라는 말이 3가지 의미(구조/활동/물건)으로 쓰이고,

‘능력을 얻거나, 발휘하거나, 발휘한 그 결과를 확인하는(‘능력 발휘와 관련된’) 데에서 느끼는 재미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어떤 활동 양식‘을 게임 구조(양식), 그 활동을 게임 활동, 그 활동에 필요한 물건을 게임 물건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재미와 관련하여) 말하고 싶은 것은

재미는 즐거움의 일종이고, 게임에는 ‘재미가 아닌 즐거움’도 담기곤 한다는 것이다.(¶아름다운 그림 보기)

그리고 재미에는 ‘능력 발휘와 관련된 재미’ 이외의 재미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게임에서 주로 느껴지는 재미는 능력 발휘와 관련된 재미인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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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음과 답을 찾는 방식

 

‘게임이란 무엇인가’

 

업계 관계자가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봤을 법한 물음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비슷한 많은 게임들을 보고, 정리되지 않은 자기 나름의 불명확한 개념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이 상당히 정리된 자기 나름의 명확한 개념을 가지고 있기도 한 것 같다.

그런데 한때에는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그 개념이, 어떤 반례(들)를 만나 혼란스러웠던 경험을 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그랬을 때 어떤 이들은 자신의 게임 개념을 고치거나 아예 포기하였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저건 게임이 아니야!’라고 예를 부정했을 것이다.)

 

게임이란 무엇인가를 알아가기 위해

게임의 사전적 정의에 대해, 그리고 유의 개념(¶ 놀이)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좋겠고, 다른 이들의 견해를 알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여러 견해들을 본바 서로 불일치하는 부분이 많고 ‘A는 게임인 것 같은데 甲의 정의에 따르면 게임이 아니게 된다’는 상황이 많이 일어났다. ‘A는 게임이다’와 ‘甲의 정의가 옳다’가 둘 다 옳을 수는 없다. 둘 중 어느 쪽이 보다 타당한지 여러 개별 ‘게임 같은 것들’과 ‘견해들’을 보며 개념을 다듬어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어떤 것이 게임인지 생각해볼 만한 개별적인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러한 개별적인 것들에서 느끼는 ‘이것은 게임이다’, ‘아니다’, ‘게임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하고 느끼는 느낌이 가장 우선하겠다. 이 방식이 그래도 생각보다 좋은 방식이라는 걸 말하기 위해, 이와 관련하여 인지 체계에 대해(‘인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또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생략하겠다. 이런 방식으로 모두를 설득시킬 수는 없다는 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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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게 된 동기

 

ㆍ나는 ‘게임이란 무엇인가’보다 먼저 ‘게임성이란 무엇인가’에 관심이 있었다.

게임에 대한 평에서 이러한 표현을 볼 수 있다.

“그 게임은 그래픽은 별로인데 게임성은 좋다.”

“그 게임은 스토리는 좋은데 게임성은 별로다.”

 

그런데 ‘게임성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사전에 ‘게임성’이라는 말은 없다. 게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칼로 자른듯 분명하면서도 일반적이기까지 한 정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성이라는 말은 실제 많이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의미에 공통적인 부분은 있을 것 같았다.

 

게임성이란 것은 게임이 아닌 것에서는 없거나 거의 없고, 게임에서 주로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이겠다.

직관적으로, 게임성의 주된 부분은 ‘재미’인 것으로 생각된다.

(재미있는 것 중 게임이 아닌 것도 있으므로 재미와 게임성이 동의어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게임을 만들 때 ‘게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해 잘 알아야 불필요한 고정 관념 없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가 첫 번째 동기이다.

 

ㆍ‘게임이란 무엇인가’가 어려운 것이다보니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게임에 대해 편견과 공격이 많은 것 같다. 게임이 무가치한 것, 마약과 비슷하기만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여, 그런 편견과 공격을 줄이고 싶어서가 두 번째 동기다.

 

ㆍ세 번째 동기는, 어떤 이들은 게임이라고 부르는 어떤 것들에 대해 ‘저건 게임이 아니지’라며 무시하는 사람들이 좀 더 신중히 생각하고 말했으면 해서이다.

게임이란 무엇인가가 완전히 합의되지 않았는데 어떤 (다른 사람들은 공감하지 않을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여 기존에 게임으로 불리기도 하던 것들을 게임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앞뒤가 전도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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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이라는 말의 3가지 의미

 

내가 볼 때 ‘게임’이라는 말은 한 가지 의미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의미로 쓰인다.

①게임 구조: 추상적 구조, 양식으로서의 게임. ≒게임 규칙. ¶ 게임을 창작하다.

②게임 활동: 활동으로서의 게임(=게임 플레이). ¶ 게임을 하다(플레이를 하다).

③게임 물건: 구상적 물건으로서의 게임.¶ 게임을 생산/운반/구매/설치하다,

(이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활동으로서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구조, 활동, 물건으로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게임에도 게임 이외의 것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다음은 예들이다.

 

사실 게임 물건이라기보다, ‘나타나 보이는 것’이라는 의미로 게임 현물이라고 표현하고 싶었는데 현물이라는 표현에서 현은 ‘지금’이라는 의미로 주로 쓰이기에 오해를 유발할 수 있어 쓰지 않았고, 실물이라는 표현도 생각해보았는데, 더 와닿는 것은 이 표현이겠으나 실물이라고 표현하면 전자 게임은 배제한 것으로 오해될 수 있어, 쓰지 않았다.

 

※‘장난감 가지고 놀기’는 게임일까? 흔히 아니라고 생각될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게임’이란 것을 활동이나 활동 양식으로 생각하고, 장난감은 물건이므로 게임이 아니라고 너무 단순히 내리는 판단인 것 같다. ‘장난감’이라는 물건을 부르는 말만 있고 ‘그 장난감(활동) 하기’라는 말이 없거나 어색해서 그렇게 여겨지는 것 같다는 것이다.

 

‘펀치 머신 하기’처럼, 무언가 그 ‘물건’에 대한 명칭만 있는 것도

그 활동까지 생각해보면 게임으로 볼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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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적 정의와 사람들의 견해들

 

◈ 사전적 정의

 

게임 - 표준국어대사전

규칙을 정해 놓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

 

game - longman 영영사전

사람들이 합의된 규칙 하에 하는 경쟁 활동, 스포츠,

또는 어린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다른 사람인 척하는 활동

 

게임 - 나무위키

놀이의 한 갈래. 영미권에서는 스포츠에서나 자주 들을 수 있는 경기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라 게임은 넓게 봤을 때 스포츠, 보드 게임, 비디오 게임으로 나뉜다. 게임이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노력했는데 의견이 서로 갈리는데도 한가지 일치하는 것이 있다면 게임에는 규칙이 필수라는 것. 규칙이 없다면 놀이가 되지 않으며 게임이 되지 않는다. 즉, 놀이에서 규칙을 추가하고 중심화시킨 것이 게임.

 

game -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게임은 놀이의 한 양식이다. 보통은 즐거움을 위한 것이고, 때로는 교육적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게임은 ‘일(보통, 보수를 위해 수행되는)’이나 ‘예술(보통, 보다 미학적, 이념적 표현인)’과 구분된다.

그러나 그 구분은 명확하지 않으며 많은 게임은 동시에 일(예: 관중 스포츠 또는 게임의 프로 선수) 또는 예술 (예: 요철 퍼즐, 마작, 솔리테어 또는 일부 비디오 게임들)로 여겨진다.

게임은 때로 순전히 오락만을 위해 플레이되기도 하고, 때로는 성취나 보상을 위해 플레이되기도 한다.

게임은 1인으로나 팀 단위로 플레이되기도 하고 온라인으로 플레이되기도 한다.

전문 선수들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아마추어에 의해 플레이되기도 한다.

...

게임의 핵심 요소는 목표, 규칙, 도전, 상호 작용이다.

게임에는 일반적으로 정신적 또는 육체적 자극이 포함되며 종종 두 가지 모두가 관련된다.

많은 게임들이 실용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돕기도 하고, 운동이나 그밖에 교육적, 시뮬레이션적, 심리학적 역할 수행에 양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가장 오래된 게임들로 우르의 왕실 게임, 세네트, 그리고 만칼라가 알려져 있다.

 

◈ 여러 견해들

무언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할 때에는 ‘앞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본 바’를 찾아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되곤 한다.

게임이 무엇인지 일반적으로 정의하기가 어렵다보니, 사람들은 대신 ‘게임의 특성들’을 이야기해보기도 하였다.

 

Ludwig Wittgenstein의 견해

게임의 요소에는 플레이, 규칙, 경쟁 같은 것이 있는데,

게임이란 무엇인가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Roger Caillois의 견해

게임에는 다음 6가지 요소가 있다:

재미, 독립(외부 시공과 구분됨), 결과 사전 예측 불가능, 비생산적, 규칙에 의한 일상과의 구분, 허구.

 

Chris Crawford의 이분법적 견해

1. 창조적 표현들 중,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면 예술이고, 돈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엔터테인먼트이다.

2. 엔터테인먼트들 중, 상호작용이 있는 것은 놀이이다.

3. 놀이들 중 목적이 없는 것은 toy이다. 그리고 심즈는 toy이다. 목적이 있는 것은 챌린지다.

4. 챌린지들 중 경쟁 상대가 없는 것은 퍼즐이다. 경쟁 상대가 하나 있는 것은 갈등이다.

5. 갈등들 중 타 플레이어를 공격할 수 없는 것은 경쟁이다. 그리고 레이싱은 경쟁이다. 타 플레이어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이 게임이다.

(게임이란, 창조적 표현들 중 돈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상호작용이 있는 것이며 목적이 있고 경쟁 상대가 하나 있으면서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Katie Salen과 Eric Zimmerman의 견해

게임이란 규칙이 있고 가측 결과 값이 나오는, 플레이어들이 인공 갈등에 참여하는 체계이다.

 

Greg Costikyan의 견해

게임이란 플레이어들이 목표를 추구하며 게임 토큰으로 자원을 관리하는 예술 양식이다.

 

Clark C. Abt의 견해

게임이란 결정을 내리는 둘 이상의 독립된 존재가 제한된 상황에서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활동이다.

 

Elliot Avedon과 Brian Sutton-Smith의 견해

게임이란 세력, 상대편이 있고, 규칙 절차로 규정되며, 똑같지 않은 결과 값을 내고자 하는 자발적 통제 체계이다.

 

Kevin J. Maroney의 견해

게임이란 목표, 구조가 있는 놀이 양식이다.

 

Bernard Suits의 견해

게임이란 규칙이 있고 특정 상황 산출을 목표로 향하는 것이다.

 

Jane McGonigal의 견해

게임은 다음 4가지를 특징으로 한다.: 목표, 규칙, 환류 체계, 자발적 참여.

 

그밖의 견해

게임에는 선택이 있다. 두 가지 이상 선택지가 있고 각 선택에 따른 결과가 차별적일 때 플레이어는 선택 상황에서 재미를 느끼며, 그것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ㆍ위의 내용들 중 상당 수는 부작위 아이들(idle) 게임, 반응 속도 테스트, 그로우밸리와 맞지 않는다.

타 플레이어에 대한 공격이나 플레이어 간 경쟁이 없는 게임도 있고,

결정을 내리는 독립된 존재가 하나뿐인 게임도 있다.

게임도 생산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고(생존과 관련되므로).

게임이 돈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만은 아니고,

자원 토큰이 없는 게임도 있다.

 

ㆍ결과에 대해 꼭 특정 방향을 추구하지 않는 게임도 있으며

결과가 수치로 측정될 수 없는 게임도 있다.

원하는 특정 방향을 미리 알 수 있어 그 결과를 추구하는 게임도 있는 한편,

가능한 결과들의 풀을 미리 알 수 없는 게임들도 있다.

 

결과가 수치 측정은 되지 않아도 가능한 여러 결과들 간 선호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특히 가능한 결과들의 풀을 모두 미리 알 수는 없는 게임의 경우 ‘아직 보지 못한 결과’가, '아직 보지 못한 결과'라는 이유로 선호되기도 한다.

 

ㆍ위 견해들 중 재미를 언급하지 않는 견해도 있는데, 그러면 게임이 일, 공부과 구분이 되지 않기도 하는 것 같다.

‘게임은 즐거움을 추구한다거’나 ‘재미를 추구한다’는 단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게임과 일, 공부가 공통되는 부분이 꽤 있기도 하다는 점을 보면, 일이나 공부도 게임처럼 재미있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이나 공부가 재미없던 이유는

그 활동 자체가 원천적으로 재미없을 수밖에 없어서가 아니라, 원치 않는 평가에 대한 부담이 느껴져서인 것 같다. 뿐 아니라 높은 성적을 내지 못했을 때 혼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렇다면 불필요한 혼냄을 줄인다면, 평가를 줄인다면 일이나 공부도 재미있어질 수 있을 것 같다.

 

ㆍ게임은 반드시 규칙에 의해 시공이 한정적일까?

술래잡기, 공 차기(≒축구)... 플레이 도중 일부 플레이어가 끼었다 빠졌다 하기도 하는데, 이 술래잡기, 공 차기가 게임인가는 직관적으로는 잘 판단이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는 나의 개념으로 따지면 게임에 해당될 수 있다.

 

ㆍ‘퍼즐이란 무엇인가’도 불명확하고, 퍼즐이라고 해서 반드시 게임이 아니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게임에 필수는 아니다. 어떤 게임들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 이야기가 기여하는 바가 크기까지 하나, 이야기가 없다고 해서 게임이 아닌 것은 아니다.

 

ㆍ비교적 반례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내 식대로 다듬어 보면

‘게임은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게임에는 규칙(≒양식)이 있다.’

‘게임에는 플레이어의 작위/부작위에 의한 결과가 있다.’

정도 되는 것 같다.

위 3가지를 종합하면 ‘게임은 일정 규칙 하 수행 결과에 따른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 또는 그 활동을 위한 제반 물건 및 구조(양식) 일체’라고 할 수 있겠다.

 

게임 중 선택지가 없는, 할 행동이 한 종류뿐인 게임도 있다.(¶ 반응 속도 테스트와 투호 등 일부 스포츠),

 

작위가 아닌 부작위 능력을 발휘하는 게임도 있다(¶ 마우스 움직이지 않기, 클릭하지 않기 게임).

그래서 ‘선택’이나 ‘행동’이라는 개념보다는 ‘능력 발휘’라는 개념을 써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능력을 얻거나, 발휘하거나, 발휘한 그 결과를 확인하는(이하 ‘능력 발휘와 관련된’) 데에서 느끼는 재미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어떤 활동 양식‘을 게임 구조(양식), 그 활동을 게임 활동, 그 활동에 필요한 물건을 게임 물건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 ‘놀이’와의 비교, 구분

일단 ○○놀이라고 불리는 것은 놀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놀이라는 것은 굉장히 폭이 넓은 것이다. 사물놀이, 마당놀이, 벚꽃놀이, 뱃놀이과 같이 ‘이치 파악이나 능력 발휘’보다는 체험에 중점이 있는 듯한 예를 몇 가지 생각해보면, 놀이와 게임이 동의어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벚꽃놀이처럼 나의 개념으로 게임이 아닌 활동들은, 다른 놀이들과도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이질적인 것 같다.

놀이 중 일부는 게임에 해당하지 않아도 일부는 게임에 해당할 것 같다.

 

(구체적인 내용은 많이 생략)

잰말놀이, 쎄쎄쎄(일종의 리듬게임), 스무고개, 굴렁쇠 굴리기, 슬롯머신 하기, 펀치머신 하기, 줄다리기, 가위바위보, 실뜨기는 다른 이들의 개념 정의에 따라서는 게임이 아닌 경우가 많겠으나 내가 생각한 개념은 이들도 게임에 해당시킬 수 있다.

 

◈ RP(역할 놀이)는 게임일까

역할 놀이는 게임일까? 게임에 대한 견해들 중 상당히 겹치는 부분은 ‘규칙이 있다’인데 역할 놀이에는 규칙이 없거나, 없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넓을 수 있다.

나의 개념으로는 게임이 아니다. 역할 놀이를 하면서도 능력 발휘와 관련된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이 보장되지 않더라도, 역할 놀이 자체로 느끼는, 게임과는 독립될 수 있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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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에 흔히 폭력이 들어가는 이유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은 많이들 게임의 폭력성에 주목하는 것 같다.

게임의 재미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은 ‘저런 폭력적인 것을 왜 하나’ 이렇게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바둑도 상대가 집을 짓지 못하게 방해하고 상대의 병사(돌)를 죽이는 게임이다. 그러나 바둑에 대해 폭력적이라고 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게임의 플레이어들은 ‘폭력’을 원해서가 아니라 ‘능력 발휘에 관련된 재미’를 느끼고자 플레이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은 이점을 알 필요가 있다.

 

폭력성이 담기지 않은 게임도 있으나(¶ 붕어빵 타이쿤 등) 특히 전자 게임 중에는 폭력성이 담긴 것이 많기는 하다.

그렇다면 왜 게임에는 폭력적인 것이 많을까.

 

게임이 주로 다루는 재미는 능력 발휘에 관련된 재미로, ‘내가 이렇게 했더니, 이렇게 됐네’에서 오는 재미인 것 같다.

플레이어의 행동으로 0을 1로 바꾸거나 1을 0으로 바꾸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겠는데 ‘없다’에서 ‘있다’로 바꾸는 방식으로 게임을 만들기보다 ‘있다’에서 ‘없다’로 바꾸는 게 만들기가 훨씬 쉬워서가 첫째 이유라고 생각한다.

없앤다는 것은 한 가지, ‘없는 상태’로 만들기만 하면 되니 각 대상들에 대한 목표 경우는 1가지뿐이다.

반면, 없던 것을 있게 만든다면 어디에 어떤 것을 만들어내게 할지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

또한, 게임은 어떤 목표를 정해두는 편이 좋을 수 있는데(게임의 종료를 정하기에도 플레이어의 성취를 확인하기에도 용이하므로), 만든 이가 ‘없앨 대상’을 몇 가지로 한정하여 제시해두고 ‘이걸 다 없애면 끝’이라고 간단히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있는 것’을 ‘없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라면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적을 죽여 없애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게임 제작자들이 특별히 폭력을 좋아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발전 초기부터 폭력적인 게임이 많이 만들어지고, 제작자들도 플레이어들도 게임 내 폭력을 둔감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게임에 재미있을 만한 요소를 넣을 때 ‘난관’을 넣기를 생각하기 쉬운데 ‘(공격을 주고 받을)적’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난관이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두 번째 이유다.

 

서로 이해가 필요하다.

플레이어가 폭력을 원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원해서 하는 것이며,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나쁜 것이나 무가치한 것이 아니고 생물의 근본적 본능으로부터 비롯한 자연스러운 것이며 가치있는 것이라는 것을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은 알면 좋겠다.

플레이어들, 게임 제작자들도 실제 많은 게임에 폭력성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면 좋겠고,

제작자들은 게임을 만들 때에 폭력을 당연하다는 듯 넣지 말고 가급적 ‘불필요하지 않은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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