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탁상게임-ABCD 5월 모임, 아그리콜라 후기

2025. 1. 27. 20:55탁상게임 취미생활

2024.5.에 작성한 글인데

다다가 닫는 관계로 백업하는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ABCD 모임 후기로 돌아온 접쫑입니다.
ABCD 모임 후기는 지난 번 3월에 처음 올렸는데요.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6369&id=data00&tb=community_post&game_category=

이후로 모임에 양철나무꾼님 등 또 들어온 분들이 계셔 반갑고 좋네요. 이 날은 못 뵀지만요.



매번 다른 장소에서 모인 ABCD 모임.
이번엔 서울시청에서 모였습니다.

 

 



 

ABCD 5월 모임의 테마는 ‘가족’이었습니다. #가족보드게임챌린지
블루송님께서 이번에는 영화 관련으로 게임 대장(게임 픽, 설명 맡는 사람)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제가 픽한 게임은 ‘아그리콜라’였습니다.

 

아그리콜라.
고민 좀 했숩니다.

 

ABCD 모임은 특히 보드 게임 오래 하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고
그런 만큼 낯선 게임에 관심이 있기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의외로 보드 게임 많이 안 해본 분들도 계시더라고요(주로 보드라이프 활동을 안 하시는 분이나, 동반인으로 오시는 분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아그리콜라만큼 좋은 게임이 오늘날까지도 몇 없는 것 같고
다른 모임에서는 보통, 신작 위주로 게임들이 돌아가서 아그리콜라는 옛날 게임이라 최근 입문한 분들은 못해보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저는 아그리콜라로 결정했습니다.

 

디스크에 붙일 스티커를 예전에 출력해놓고 지금까지 안 붙이고 있었는데,
이번 모임에서 아그리콜라를 픽해서 스티커도 붙였습니다.

 


 

무거운 게임 안 해보신 분과 게임하게 될 수도 있는 점(ABCD 모임은 같이 플레이 할 조가 현장에서 무작위 뽑기로 결정됩니다)을 생각해서
어렵지 않은 게임을 고르는 걸 기본으로 생각해왔는데요.

 

아그리콜라는 그래도 액션들이 단순 명쾌합니다. 발 1개 놓기, 공식 1개 얻기 등.
(반면 최근 게임들은 액션을 겉으로는 하나 한다고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두 가지 이상을 처리하는 게 트렌드인 것 같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최근 게임 리뷰에서 따로 하지요.)
설명을 하는 사람이 잘 하면 입문자분들께도 잘 소화시킬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가 츄라이하면 잘 소화하셨고 재미있어 하셨어요.

 

제게 아그리콜라의 위치



 

 

안타깝게도, 아그리콜라는 좀 악명이 있습니다.
‘지인 츄라이했다가 지인이 다시는 보드 게임을 하지 않게 됐다’
‘양학 당하는 게임’
이런 얘기가 있죠.

 

그런데 그건 아그리콜라가 유명한 게임이어서 그런 말이 나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1. 아그리콜라가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 많은 사람들이 시도를 했다.
2. 아그리콜라가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 많이 고인 사람들이 생겼다.

 

1. 아그리콜라가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 많은 사람들이 시도를 했다.
저는 2009년에 아그리콜라는 대형 마트에서 본 것으로 기억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도를 하다보면, 일단 사고 건 수가 많기 마련이고
게임 픽을 잘 못하는 사람, 게임 설명을 잘 못하는 사람도 시도를 많이 하게 되죠.
보드 게임을 몇 개 안 해보면, 그 사람은 뭐가 얼마나 복잡한지 가늠이 잘 안 됩니다. ‘이 정도가 어려운 건가?’ 하고요. 그리고 설명도 잘 못합니다.
감이 부족한 사람이, 횡설수설하며 2시간 이상짜리 게임을 지인에게 츄라이해봤다가 실패한 케이스가 많은 거라고 봅니다. 들은 사례도 많고 저도 그랬고요.

 

그런 환경 요인을 걷어놓고 보면,
요즘 입문자 게임 문의에 많이 추천되는 듄 임페리움, 에버델이 아그리콜라보다 더 어려운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방식은 전에 그 게임에서 봤던 거네‘ 싶은 게 있으면 쉽게 느껴지곤 하죠.
그래서 ’옛날 게임들은 긱웨이트가 높게 매겨져 있다‘는 말도 있는데, 그에 관해서도 다음에 따로 글을 써볼 생각이 있습니다.

 

2. 아그리콜라가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 많이 고인 사람들이 생겼다.
저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보드 게임을 많이 해 보고 모임에 나가 보면
이기는 것에 최선을 다하기만 하기보다는
초보자를 보고 ’이 게임의 재미를 알려줘야지‘ 하는 자세로 게임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바람이고요. 이에 대한 생각도 최근에 좀 더 해봐서 글을 올릴 생각도 있었는데요.
옛날에는 좀 더 이기기만 하려는 사람들 비율이 더 높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면 재미를 못 느끼고 다시 안 하고 싶어할 수 있는데,
온라인 게임은 같이 게임 할 다른 사람이 없어도 되거나, 새로 구하기가 쉬운 반면
오프라인 게임(보드 게임을 비롯하여)은 같이 게임 할 다른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게임이 오래된 만큼 많이 고인 사람들도 있겠고요,
또 옛날에는 아그리콜라 말고는 이런 자원 운용하는 전략 게임 할 게 별로 없어서 사람들이 아그리콜라에 많이 고이게 된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아그리콜라를 어떻게 알려 드리는가.

 

단순화, 어드밴티지
정식 규칙은 게임 준비 때 각자 직업 카드 7장, 보조 설비 카드 7장씩을 뽑아 손에 들고 하는 것이지만
그러면 초심자는 글자 읽을 게 많아 부담이 돼 집중이 어렵고,
그렇다고 손패를 아예 안 쓰자니 재미가 너무 줄어드는 것 같아서
저는 7장, 7장이 아니라 3장, 3장 가지고 하도록 합니다.
초심자는 음식 1개 더 갖고 시작하게 하고요.

 

그룹화
’이 게임은 무엇을 하는 게임이냐‘
① 동물 키우기
② 밭 농사
③ 방 늘리고 가족 늘리기
④ 음식 마련하고 밥 먹이기
이렇게 4가지 활동을 하는 게임이라고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각 행동들을 저 각 활동에 연결시켜 설명합니다.
① 동물 키우기 관련: 동물(누적), 울타리 치기, 나무(누적)
② 밭 농사 관련: 밭 일구기, 곡식 얻기, 채소 얻기, 씨 뿌리기
이런 식으로요.

 

혼동하기 쉬운 개념 명확히 설명
울타리와 우리, 방과 집의 개념을 정확히 안 짚어주면 헷갈릴 만합니다.
“이 물건의 이름이 울타리이고, 울타리들로 이루어진 닫힌 모양의 패턴이 우리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만들면 울타리는 n개이고 우리는 1개입니다.”
저는 이렇게 짚어 드립니다.

 


 

플레이

 

좀비눈깔님, 지훈님, 채린님(초플)과 저 이렇게 4인플 했습니다.

 

우물을 뽑은 사람이 선 마커를 가져가도록, 주요 설비 카드를 뽑기에 활용.
파워그리드를 하고 생각한 방식입니다.
선을 게임 규칙에서 정해주는 게임들은 보통 ’최근에 뭘 한 사람/어디 다녀온 사람/가장 어린/나이 많은 사람이 선‘이라고 정해주는데
파워그리드는 ’제비 뽑기로 정하라‘고 돼있습니다.
종이 쪽지를 만들란 말인가?
아니요, 게임 구성물 중에 제비로 쓸 수 있는 ’번호가 쓰인 카드(게다가 중복이 없는)‘가 있습니다. 발전소 카드요.
어차피 게임 준비 때 낮은 번호 발전소들을 가지고 하게 되니, 낮은 번호 발전소 카드들을 제비로 삼아 뽑아 시작 순번을 정할 수 있습니다.
가위바위보는 비기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비기는 데에 횟수 제한이 없어 이론상 무한정 결판이 안 날 수도 있어서 가위바위보보다 확실히 좋다고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아그리콜라는 주요 설비 카드에서 게임 준비 때 ’우물‘을 뽑은 사람에게 선 마커를 주는 방법이 좋습니다.



제가 첫 순서 플레이어가 됐고
유모를 뽑아서 잘 뽑은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원 상인, 개인숲, 뗏목도 괜찮아 보였고요.

 





저는 ’나무는 울타리 짓게, 방 늘리기는 우선 흙집으로 고친 후에 해야지‘ 생각했습니다.

자원상인부터 놓았습니다.

 

지훈님은 수확일꾼을 놓아 일찍 채소를 챙기셨습니다.



3라운드에 제가 보조 설비를 놓을 때 ’선 잡기 및 보조 설비 놓기‘로 들어갔어야 좋았는데

공연히 ’주요 설비 및 보조 설비 놓기‘로 들어가서 좀눈님께 선을 빼앗겼습니다.
이후로 순서가 꼬여서 저는 화로 놓기나 울타리 치기도 원했던 시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저는 양치기 지팡이는 안 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뗏목을 유용하게 쓰지 못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더 다른 분들이 낚시 행동 칸에 자주 들어가셔서 저는 뗏목 효과를 많이 못 본 것 같습니다.

 

지훈님은 거침 없이 밭 농사를 하셨습니다. 저, 채린님이 밭 농사를 하나도 안 해서.

지훈님은 화로도 제일 먼저 가져가고, 울타리도 가장 먼저 치고 쭉쭉 달리셨습니다.

 

채린님은 동물 관련 카드가 있어서 동물 키우기를 잘 하셨고
집 고치기로 일찍 돌집을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가마를 놓고 빵굽기로 음식을 충분히 마련하셨습니다.



좀눈님은 하인을 들고 계셔서 일찍 집 고치기를 하고 싶었지만
집 고치기 행동이 2주기의 가장 늦은 7라운드에야 나왔고, 저랑 채린님이 자꾸 들어가서
하인을 좀 늦게 놓게 되셨습니다.



12라운드에 ’방 없이 가족 늘리기‘가 공개됐을 때
앞 순서인 좀눈님, 지훈님이 다른 것에 신경 쓰신 나머지 그걸 못 보셔서 
3번째 순서였던 제가 거길 들어갔습니다. 저는 다른 건 잘 갖추진 못했지만 최종적으로 5가족이 되긴 했습니다.

 

노린 건 아닌데 저는 게임 종료 때 절묘하게도 양, 돼지, 소를 각각 1마리씩 갖게 됐습니다.
다른 음식 마련 수단이 없어서 그렇게만 남기고 다 구워서 다섯 식구를 먹였거든요.



플레이 당시 메모 해놓은 건 없어서 더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네요.

 

게임 결과
초심자이신 채린님이, 게임 중 잘 달리셨던 지훈님과 동점으로 최고득점자가 되셨습니다.

 


 

대장 게임 후 개인 작가 게임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 달 플레이 엑스포(2024.5.23.~2023.5.26.)에 자리하시는 작가분들 일곱분(팀)이 오셨습니다.




갈기머리님(미니와일드 레드), 큐리님(타로투나), 연왕모님(제4 원소).

피스크래프트 대표님(갈기머리님)도 뵙게 돼 신기했습니다.
건일님은 ’오페라의 유령‘(2인 트릭테이킹)을 시연하셨습니다.

 

저는 플레이 엑스포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개인 작가이기도 해서 제 게임도 시연을 했습니다.
 ’별 옆에 별(Astro Quest)’ 소개

꼭 사고 싶다고 하신 분들도 계셨는데, 언젠가 출판이 되면 좋겠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