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규분포

2021. 8. 28. 20:32기타 콘텐츠

우리더러
보아뱀의 허리에 있지 말라 한다.
뱀의 머리, 그것도 뒤통수가 아니라 이빨 끝에 있으라 한다.

겨우 목구멍까지 올라온 나.
아니 도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뱀의 목이라 하는진 모르겠다만
아무튼 머리와 허리 사이 어딘가라는 건 안다.

아직 허리에 있는 낯익은 초식동물들─그들은 식물도 아니다, 초식동물들이다─을 걱정한다.
너무 높은 허리에 까마득히 들어앉아들 있다.
배에서는 위장이 움직일 텐데, 부서지지 않을는지
창자에서도 소화액이 나올 텐데, 분해되지 않을는지
소화되지 말지어다.
똥이 되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어.

목 밖으로 우리는 나가야 한다.
2σ를 넘어, 3σ를 넘어

구역질이 날 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