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책-키다리 아저씨

2021. 11. 7. 21:53각 작품 후기(책/게임/영화/음식 등)

이 책도, 읽어보기 전에 생각한 바와 좀 달랐다.

이렇게... 편지 형식으로 가득한 책인 줄 몰랐고, 그렇다.

 

맨 앞에 인물 소개가 있는데

'다정한 마음씨'와 '줄리아가 아기였을 때 흘끗 보고는 조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본 적이 없다'가 상충된다고 느꼈다.

아기가 그냥 아기이지, 뭐 그리 마음에 안 들 게 있다는 것인가?

 

도입부가 매우 흥미로웠다.

이 부분이 좀 찡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사회(고아원)에서 자두 푸딩도 챙겨주고, 즐거움을 느끼게끔 챙겨주는구나 하고.

 

『키다리 아저씨』는 1912년 출판된 소설이다. 모르긴 해도 아마 그때에는 여자들이 대학교에 진학하는 일이 드물었을 것이다.

제루샤 애벗 양은 16세(고아원을 떠날 나이, 외국 소설이니 아마 만 16세겠지)가 될 때까지 학교에 가지 못했고 그저 고아원에서 일만 하며 지내고 있었다. 이러니, 자신의 미래에 대해 큰 기대를 품을 수 있었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 갑자기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다니,

단순히 요즘 선진국에서 '학비를 대주신다니 감사하다' 할 수준이 아니라 애벗 양에게는 그야말로 운명이 바뀌는 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도 빨간 머리 앤처럼, 서술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키다리 아저씨는 빨간 머리 앤이 생각나는 공통적인 부분들이 있었다.

주인공이 고아 소녀이고,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누군가는 무례하다고 볼 수도 있을 만큼) 말한다.

빨간 머리 앤 출판 4년 후에 나온 책인데, 주인공이 자기 엄마 성을 '몽고메리'라고 둘러대는 부분에서도 빨간 머리 앤이 생각났다.(빨간 머리 앤의 저자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제루샤 애벗 양이 가끔 고집을 피우고 선을 그을 때 편지를 애칭이 아닌 본명 '제루샤 애벗'으로 올리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이 부분도 좀 찡했다.

주디는 계속 밝게 편지를 썼고, 공부를 잘한다는 얘기도 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이 낙제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런데 공부 잘 하라고 큰 돈을 후원해준 분이 계신데 두 과목에서 낙제라니.

그렇지만 금방 다시 일어서는 긍정적인 태도도 감동적이었다.

 

나는 키다리 아저씨가 이렇게 답장을 안 쓰는 전개일 줄 몰랐다. 무려 4년이나!

훈훈하다기보다는 너무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큰 돈을 후원하는 건 그 아이에게 관심이 있는 것 아닌가. 관심이 있으면 자기도 편지를 보내고, 대화를 할 법한데

상대방 쪽에서 아주 답답해해도 소설 말미에 갈 때까지 한 번도 답장을 안 한다는 게 이상했다.

 

나중에 주디가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태도가 그저 긍정적인 것도 좀 이상했다.

주디는 편지로 자기 속내를 키다리 아저씨에게 다 털어놓았는데, 알면서 모른 척하고 청혼하고 그랬던 게,

자기를 조종한 것 같고, 가지고 논 것이 아닌가 하고 분노할 법도 한 것 같은데 말이다.

이이기의 초반부는 재미있었지만 중후반부는 지루했고 말미는 찜찜했다.

 

그리고 키다리 아저씨는 주디를 후원하며 호감을 얻을 수 있게 된 게 다 그냥 부자 집안에서 태어난 덕인 것으로 보여 별로 좋지 않았다.

 

이 소설의 재미는 밝고 매력적인 주인공을 보는 데에보다도,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주디와 키다리 아저씨 간의 신경전을 보는 데에 있다.

그쪽에 초점을 맞춘 후기로 다음 글을 추천한다. 

https://www.dmitory.com/garden/791218

 

토리정원 - 키다리 아저씨와 주디의 밀당 (옮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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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