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드라마-퀸스갬빗

2022. 2. 26. 23:00각 작품 후기(책/게임/영화/음식 등)

공부법 책에서였나, 어떤 여자 체스 플레이어 이야기를 읽고 관심이 생겨 보게 되었다.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작가가 실존 인물들을 참고하기는 했겠지만 베스는 특정 1인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닌 가상의 인물이었다.

 

기대가 아주 높았는데 좋은 부분도 있었지만 좀 실망스러운 부분들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평작으로 느꼈다.

 

고아원에서 베스가 처음 본 졸린의 모습은 뭔가 사고를 칠 것 같았는데(선생님에게든, 다른 어린이들에게든), 안 치더라.

안정제는 아껴뒀다가 먹으라는 말도, 베스를 골리려는 게 아니었고 진짜 도움이 되려고 한 말이어서 의외였다.

 

'급전개가 아쉬운 부분'이라는 평도 본 것 같은데, 전개가 빠르다기보다는 부자연스러운 부분들이 여럿 있었다.

쌍둥이가 초면에 '넌 ○○한테 발릴걸. 절대 못 이기지'라고 베스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데, 다음에 만날 때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절친한 사이처럼 대하는 것도 그렇고, 베스가 중요한 보르고프와의 대국을 하루 앞둔 날에, 전에 한 번 본 여자가 놀자고 해서 놀러 나간 것도 그렇고.

보르고프에게 진 후 베스가 약만 먹고 술만 먹으며 '난 할 게 없어'라고 하는 게 와닿지 않았다.

베스가 체스에 대해 "와 너무 흥미로워, 이건 내 길이야"라거나 "최고의 체스 플레이어가 꼭 되겠어. 그게 내 꿈이야"라거나 하는 게 없었어서 말이다. 그냥 '어? 내가 이기네?' 이런 느낌이다. 작중 다른 인물들의 말을 통해 '직관형 플레이어'라 언급되기도 하고, 베스가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도 나오지 않았다.

베스 입장에서 다른 인물들이 자기와는 다르게 체스가 아닌 다른 진로를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불안을 느꼈을 수는 있겠다고 이해했다.

 

베스는 거의 작중 내내 아주 덤덤하다. 누구든 처음 겪는 것에 대해서는 몹시 호기심을 갖거나 긴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베스는 그렇지 않다. 마트에 가서도 신나서 들뜬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낯선 오빠들만 가득 있는 학교에 대국을 하러 가서도 겁 먹지 않고 태연하게 체스를 둔다.

러시아어를 같이 배우는 남자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때에도 신기해하거나 떨려하지도 않는다.

 

베스가 9살에서 15살로 넘어갈 때 배우가 바뀌는데, 이때 친구 졸린은 모습이 그대로다.

그리고 15살에서 18살이 된 이후에 주변 인물들이 '몰라보게 자랐구나' 하는데, 이때 베스의 모습은 전혀 바뀌지 않고 그대로여서 조금 웃겼다. 헤어스타일도 몇 년 동안 전혀 바뀌지 않는다.

 

베스는 천장을 보고 상상 체스를 두는데, 이게 약을 먹었을 때 하게 되는 거라서

'대회 때 약에 의존하고, 약을 못 먹는 것 때문에 곤란해지는 상황이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베스는 약을 즐겨 사용했을 뿐, 약을 안 먹었을 때라고 해서 괴로워하거나 체스 실력이 줄어들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약을 연습에 이용한 거지, 실전에 필요로 한 건 아니었다.

 

보면서, 제작진이 일본 만화를 인상 깊게 본 것 같다고 느꼈다.

베스가 대회에서 어려움에 봉착해 상상 체스를 두는 장면이 나오면 꼭 해설 캐릭터가 나와 "나왔다! ○○ 선배의 필살기! 이제 이겼어!"라고 외칠 것만 같다.

그리고 분절적 '수련의 과정'이 있다. 헨리 벨틱이 책을 보며 지식을 전수하고 조언하는 과정, 다음에는 베니 와츠와 있으면서 수련하는 과정. 마치 드래곤볼을 보는 것 같았다.

막판에 베스 편 인물들이 모여서 도움을 준다고 하는 장면에서는 "모두가 함께라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거기서 해리 벨틱과 베니 와츠가 같이 있는 것도 좀 신경 쓰였다.

 

약간 PC적인 느낌이 묻어있긴 했는데 불편한 건 없었다. 모두 남자들만 있는 곳에 한 명만 여자가 오면 '여자네?' 하고, '내가 여자라는 것에 관심이 쏠리네?' 하는 내용이 들어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베스는 체스 연맹과 연락하고부터는 부담되는 일정을 가졌던 것 같다. 8시간씩 체스 공부를 하고, 무슨 쇼에도 나가야 한다고 하고. 마지막엔 체스를 다시 즐겁게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끝이 난다.

 

7/10

 


이분의 영상이 내 글보다 좋은 것 같다.

「의외로 여자들이 보면 미쳐버린다는 🔥 레전드 1위 인생 영화 몰아보기」 리친

 https://youtu.be/HJsdRstEQJ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