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주사위가 개 돼지

2023. 12. 13. 21:37각 작품 후기(책/게임/영화/음식 등)

1. 면이 평평하지 않은 물건을 주사위로 쓴다?

2000년대에 정겨운 2D 온라인 게임들이 여럿 나왔죠.


 

여러분은 이 게임에 추억이 있으신가요?

저는 없습니다.

형이 있어서, 언제든 형이 ‘나와’ 하면 1초도 머뭇거림 없이 바로 나와야 했거든요, 컴퓨터 앞에서.

그래서 이런 온라인 게임들은 거의 할 엄두를 못냈습니다.

TMI였습니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 할 게임 중 하나가 〈라그나로크 보드게임〉이어서요.

 

이 게임의 특징은 미플 모양 말을 주사위 삼아 굴려 결과 값을 판정한다는 것입니다.



https://youtu.be/4vAIkCdcih4?feature=shared&t=273

작년에 본 곰잼님 채널 영상입니다.

표재열 작가님께서 ‘미플을 주사위로 쓰는 비보잉 테마의 게임을 생각했는데, 다른 게임과 겹쳤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저는 그 방식이 겹쳤다고 해서 접을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미플을 주사위로 쓰는 건, 비보이 테마 입혀서 내는 거 괜찮을 거 같아요. 오히려 〈라그나로크 보드게임〉보다 테마상 훨씬 더 잘 어울리고요.

 

이게 〈라그나로크 보드게임〉만의 독창적인 발상이 아니거든요.

앞서 〈패스 더 피그〉도 있었는데, 그것도 주사위 게임의 가장 오래된 형태인 것을 제품화한 것일 뿐이에요.

 

선사시대 때부터 인류는 발굽 동물의 Talus bone/샤가이라고 하는 발목뼈를 주사위로 삼아 굴려 점을 쳤습니다. 그 뼈가 정육면체는 아니지만 육면체처럼 생겼거든요.

https://en.wikipedia.org/wiki/Astragalomancy



주사위를 가지고 하는 게임이 여럿 있으니만큼 샤가이로 하는 놀이도 여럿 있는데,

〈샤가이 쏘아 맞추기〉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돼있기도 합니다.

https://youtu.be/Qd8zki3Fbf0?feature=shared&t=925



‘주사위는 원래 면이 평평한 물건인데, 평평하지 않은 것을 주사위로 쓸 발상을 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원래 주사위는 면이 평평하지 않은 물건이었는데, 나중에 평평하게 만든 것‘이죠.

 

옛날 사람들이 발굽 동물의 뼈를 가지고 점을 쳤다는 이야기가 동양뿐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에서도 발견된다고 합니다. 불에 그을려 어느쪽으로 갈라지는지를 보아 점을 쳤다고 하는데,

샤가이를 쓰면 불이 없어도 굴림으로 점을 칠 수 있으니 그렇게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2. 〈Pass the pigs〉 규칙~ 〈패스 더 퍼그〉, 〈욕심쟁이 주사위〉, 〈드래곤 스트라이프〉

〈Pass the pigs〉 규칙은 이러합니다.

돌아가며 차례를 갖습니다.

차례가 되면 돼지 모양 주사위 2개를 굴립니다.

〈블랙잭〉처럼.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더 굴리고 싶으면 더 굴릴 수 있습니다.

굴린 결과 중에는 ’이번 차례의 나의 점수를 0으로 함(서로 다른 옆 면)‘, ’이제까지의 나의 점수를 0으로 함(두 주사위가 붙음)‘이 있고, 나머지 결과에서는 승점을 얻습니다. 100점에 먼저 도달하면 승리합니다.

득점 결과는 낱개로 먼저 승점 계산을 하고, ’같은 면, 같은 방향‘이면 곱하기 2를 한다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모든 각각의 경우를 외우기보다요.

각각

네 발로 착지 → 5점

등으로 착지 → 5점

얼굴로 착지 → 10점

귀로 착지 → 15점

두 주사위가 같은 면 같은 방향이면 곱하기 2.

 

※예외: 옆면은 낱개 점수가 없음.

둘이 같은 방향 옆면으로 착지 → 그냥 1점.

둘이 다른 방향 옆면 으로 착지 → 이번 차례 무득점, 차례 종료

(한 옆면에 점이 있어서 구분하기 쉬움)

 

옆면이 가장 잘 나올 것 같은데, ’뭐, 고작 1점 밖에 안 준다고!? 100점이나 내야 하는데?‘ 싶었으나

해보니 바로 두 번째 굴림에 60점짜리가 떠서 ’아 이런 게임이구나‘ 했습니다.

 

이 게임이 2020년에 퍼그로 리테마가 되어 나왔습니다.




 

그리하여

주사위는 개, 돼지입니다 이 게임에서.


 

발음이 비슷한 퍼그로 말장난도 한 것 같은데요.

 

원작의 돼지는 귀엽게 볼 수도 있지만 좀 징그럽게 볼 수도 있어서 개로 바꾼 모양입니다.

돼지는 8개 젖꼭지도 표현돼있었어요.

 

퍼그는 귀가 작아 ’귀 착지‘는 ’엉덩이 착지‘로 대체되었습니다.

 

 

규칙만 보면, 비슷한 게임으로 〈욕심쟁이 주사위〉가 있습니다.

보드라이프, bgg에서는 못 찾지만 블로그 글이 하나 있네요.

저는 젬블로 대표님께서 시켜주셔서 알게 된 게임입니다.

https://m.blog.naver.com/gidtns104/221224829610

〈블랙잭〉처럼 자신의 차례에 주사위를 굴리고, 멈추고 싶으면 멈추고 더 굴리고 싶으면 더 굴리는데요, 1이 나오면 터져서 그 차례 득점하지 못하고 차례를 마쳐야 합니다.

(1 이외 눈은, 눈만큼 득점)

 

〈드래곤 스트라이프〉도 이런 게임입니다.


 

〈칼리의 분노〉와 같은 게임입니다. 게임올로지에서는 크기를 줄여서 냈습니다.

https://youtu.be/JDxCffMsFpk?feature=shared&t=4113

 

셋 다 저는 불합리함을 느껴 선호하지 않는 게임입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있죠.

(스파이더맨을 통해 유명해진 말이지만, 오래 전부터 있던 말이라고 합니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푸시 유어 럭에서

터질 확률이, ’얼마나 크게 얻고자 하는가‘와 비례해야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데드 맨스 드로우〉의 경우 플레이 영역에 깔리는 카드가 많아질수록 터질 확률이 높아져 납득이 됩니다.

〈패스 더 피그〉는 그 2개의 주사위를 굴리는 시행을 똑같이 합니다. 이번 차례, 지금까지 얻은 점수가 1점이든 60점이든 다음 시행을 한다고 할 때 터질 확률이 똑같습니다. 좀 낮은 추가 득점을 노린다고 해서 터질 확률이 낮아지지 않습니다.

 

〈욕심쟁이 주사위〉도 그렇습니다.

이번 차례, 지금까지 얻은 득점이 2점이든 10점이든 다음 시행을 한다고 할 때 터질 확률이 똑같습니다.

 

〈드래곤 스트라이프〉도 그렇습니다. 게임 진행 중 내내 적당히 욕심 안 부리고 잘 해서 1등이었더라도, 자신의 차례가 돼서 첫 시행을 했는데 그게 최종적으로 터지는 카드였다면, 모든 보석(승점)을 잃고 꼴찌가 됩니다.

 

〈라그나로크 보드게임〉 후기도 원래 이 글에 한꺼번에 쓸까도 생각했는데

〈라그나로크 보드게임〉은 규칙이 위 세 게임과 꽤나 다르니 그건 다음에 별도로 올려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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