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4. 12:01ㆍ각 작품 후기(책/게임/영화/음식 등)
블랙 프라이데이.
주식 게임 추천 요청에 늘 언급이 된 게임이죠. ‘근데 지금 못 구해요’라는 말을 수반하면서.
그동안 저의 인생 게임이었던 〈파워그리드〉의 작가 FF님의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룰북 이해하기 어렵게 잘 못 쓰인 게임’으로도 많이 언급됐었습니다.
좀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있더군요. 5년 전에 플레이 해보고 설명을 새로 쓴 자료를 만들어봤는데, 셋업 부분 식작업을 간단히 할 줄을 몰라서 안 올리고 혼자만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해가 필요한 부분 이해시키는 걸 잘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브라스에 대해 ‘자기 산업 타일을 짓기만 하지 않고, 뒤집고 싶어해야 하는 게임이다. 언제 뒤집히느냐? 제 기능을 다했을 때(그에 대한 사회의 수요가 있어서)’라고 설명한다든지
https://game-table.tistory.com/143
메이지나이트에서 나눗셈을 할 필요가 없도록, ‘필요치가 2배가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미지 배정은 물통에 비유... 한 칸이라도 차면 부상’ 이렇게 설명한다든지요.
https://game-table.tistory.com/138
수요와 공급 개념
‘사람들이 많이 사려고 하는 건 가격이 올라간다’
‘사람들이 안 사는 건 가격이 내려간다’
경제학의 기초적인 개념이죠.
다수의 게임들이 ‘성적을 내기 위해 합리적 선택을 해가면 재미를 느끼게 하는 점’에서는 경제학적인데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조정을 구체적으로 담은 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경매가 있습니다.
상승식 경매: 돌아가며 점점 높은 가격을 부르든, 빠지든 하고, 안 빠지고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이 낙찰 받죠.
하강식 경매: 선택되지 않은 물건의 가격이 점점 내려갑니다. 사가면 땡인데, 안 사가면 다른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됩니다. 명목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실질적으로 순가치가 올라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드래프팅은 하강식 경매에서 파생된 것 같습니다.)
혼합식도 있죠. 점점 입찰 금액을 더 걸다가, 빠질 때마다 ‘빠지기’의 가치를 올리는 식도 있고요.
경매가 아닌 방식으로, 정말 구체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사려고 하는 건 가격이 올라간다’
‘사람들이 안 사는 건 가격이 내려간다’
를 담은 게임으로 〈파워그리드〉가 있습니다.
가격 3€짜리 구역에 있는 연료라면, 그 연료 종류가 석탄이든 석유이든 우라늄이든 상관 없이 하나에 3€입니다.
자연히 사람들은 싼 것부터 사고, 비싼 게 시장에 남아있게 됩니다.
소비한 연료는 바로 시장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기(시대)에 따라, 연료 종류에 따라 라운드 마칠 때 공급(시장에 재입고)되는 양이 정해져 있습니다.
공급량보다 사람들의 소비량이 더 많으면 가격은 점점 올라가게 되고,
사람들이 사 가지 않고 공급만 되는 연료는 싸지게 됩니다.
Fürstenfeld도 그렇고, FF 작가님은 수요와 공급을 잘 담으신 점이 참 좋습니다.
이 게임도 그렇습니다.
이 게임에는 5종 주식 종목이 있습니다.
해당 색 가방으로 지분을 나타냅니다(검은 가방은 지분이 아님)
사람들이 많이 사는 종목(색)은 가격이 올라가고(3번 매수되거나, 시장에서 동나게 매수되거나)
사람들이 파는 종목(색)은 가격이 내려갑니다.
그리고 지분(가방)들이 매수표/매도표를 거쳐 주머니에 들어가는데요.
확률적으로도
인기 종목은 주머니에 많이 들어가, 시세가 올라갈 확률이 올라가게 되고
비인기 종목은 주머니에 덜 들어가, 시세가 내려갈 확률이 올라가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진행 구조
어떻게 돌아가는 게임인가?
플레이어들이 돌아가며 차례를 가집니다.
차례가 되면, 주 행동 하나를 하고, 차례를 넘깁니다.
게임 종료: ‘가격 조정’이 처리됐을 때, 은 시세가 100$이면 게임 종료를 처리합니다(남은 지분 다 팔고 보조 최대한 더 받아 현금 다 끌어서 은을 최대한 매수. 은이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승리)
주 행동;
①지분 매수
②지분 매도
③은(silver) 매수
④패스.
시세에 따라 매수(시장에서 사오기)/매도(시장에 팔기)를 하고,
매수를 했다면 시장의 가방 하나를 해당 매수표에 놓고.
매도를 했다면 매도표의 가방 하나를 시장으로 뺍니다.
(게임 준비 때 매도표 가방 그림이 있는 칸 모두에 해당 가방을 놓습니다.)
가능하면 지금 거래한 종목(색)으로, 없으면 원하는 색을 골라서요.
패스를 해도 시장의 가방 하나를 은 매수표에 놓습니다.
매수표에 놓은 지분이 시장에 남아있던 그 색의 마지막 지분이었다면, 귀한 주식으로서 시세가 오릅니다. 시세표에서 해당 종목(색) 마커(디스크)를 →방향으로 1칸 옮깁니다.
어느 종목(색) 지분이 매수표에 2개 놓여있던 상태에서 3번째 그 색 지분이 또 놓이면 핫한 주식으로서 시세가 오릅니다. 시세표에서 해당 종목(색) 마커(디스크)를 →방향으로 1칸 옮깁니다.
어느 종목(색) 지분이 매도표에서 빠지면 시세가 내려갑니다. 이번에 매도한 종목 중 하나를 골라 판매시세표에서 해당 종목(색) 마커(디스크)를 ←방향으로 1칸 옮깁니다.
어느 매수표에 가방 5개가 다 놓였거나,
현재 매도표의 가방 5개가 빠졌다면 ‘가격 조정’을 처리합니다.
(5인 게임의 경우 5개가 아니라 6개)
매수표/매도표에 놓인 가방들은 ‘가격 조정 때 주머니에 들어가려고 준비된 가방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ⅰ) 주황을 많이 사서 주황이 매수표에 많이 놓이면 다음 가격 조정 때 주머니에 주황이 많이 들어가 다음에 주황이 뽑힐 확률이 높아질 것이요,
ⅱ) 주황을 많이 팔아서 매도표에서 주황이 빠지면 다음 가격 조정 때 주머니에 주황은 덜 들어가서 다음에 주황이 뽑힐 확률이 내려갈 것입니다.
‘가격 조정 처리’ 이게 중요한데요, 그걸 상술하기 전에
레벨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매수/매도는 얼마큼 할 수 있느냐?
현재 게임 상황 ‘레벨 타일’에 한도가 적혀 있습니다.
흰 가방 아이콘 옆에 숫자가 2이면 ‘지금은 한 번에 2개까지 거래할 수 있구나’ 하고 보면 됩니다.
레벨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처음엔 START 레벨 타일을 놓고 시작합니다.
‘가격 조정’ 처리 때 시세 표에서 어느 주식 시세 마커(디스크)가 보다 높은 레벨에 해당하는 구역으로 올라가면, 레벨 타일을 그 레벨로 새로 놓습니다.
한 번 올라간 레벨은, 모든 주식 시세 마커가 내려가는 일이 있어도 도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가격 조정 처리 중 종목 시세 변동~
주머니에서 가방을 뽑습니다.
몇 개나 뽑는지는, 레벨 타일 하단에 적혀있습니다.
시세 마커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는, 월 스트리트 저널의 '방향 표'를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검은 가방 2개, 주황 가방 2개, 파랑 가방 1개 뽑혔다,
그럼 주황은 뽑힌 주황 가방 수(2) – 검은 가방 수(2) = 0입니다.
0에 해당하는 방향은 ‘← 1칸’입니다. 그 방향으로 시세 마커를 옮기면 됩니다.
파랑은 뽑힌 파랑 가방 수(1) - 검은 가방 수(2) = -1입니다.
파랑 종목 시세 마커를 시세 표에서 ‘↓ 1칸’ 옮깁니다.
(주머니에서 검은 가방이 단 하나 뽑혔다면, 이 계산에는 산입되지 않습니다.)
만약 어떤 종목(색)이 시장에 하나도 없었는데, 가격 조정 때 뽑혀 나오지도 않았다면 '진짜 희소한 주식'으로, 시세표에서 시세 마커를 '↑ 1칸' 옮깁니다.(오른쪽으로가 아님)
은(silver)과 보조금
간단히 주식 종목에 대해서부터 말씀드리려고
은과 보조금을 아직 말씀 안 드렸습니다.
이 게임은 기본 자금 없이 시작합니다.
‘1보조가 적힌 보조금 카드 1장과 $20를 받고 시작한다’고 돼있는데,
보조금 카드는 고액권, 수표 같은 개념이 아니라 차용증 개념입니다.
‘1보조’를 받는다고 할 때마다 $20을 받습니다.
이건 부수 행동으로, 자신의 차례 중 아무 때나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보조금 카드는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현금 $20를 몇 번이나 보조 받았는지 나타내는 것입니다.
몇 보조까지 받을 수 있는 한도가, 레벨 타일에 적혀 있습니다.
‘가격 조정’을 처리할 때, 가장 먼저 각자 보조금에 따른 이자 납부부터 해야 합니다. 못 낸다면 한 번은 봐줍니다. 또 미납한다? 게임에서 탈락합니다.
은은 이 게임의 승리 지표입니다. 신판에서는 금으로 바뀐 모양입니다.
게임 종료 조건도 ‘가격 조정 때 은 시세가 $100이 됐느냐’입니다. 게임이 끝날 때 플레이어들은 영끌을 해서 최대한 은을 삽니다. 은을 가장 많이 가진 플레이어가 승자가 되거든요. 결국 게임 내내 주식을 사고 팔고 지지고 볶고 한 것은 모두 은을 사기 위함이었습니다.
은 시세는 기하급수적으로 오릅니다. 사람들이 은을 사면 살수록, 은 시세 오르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은 가격 상승량이, ‘누적’ 판매고에 비례하거든요.
(가격 조정 때 주머니에서 검은 가방이 하나라도 뽑혔다면, 은 시세가 오릅니다. 얼마나 오르냐 하면, 은 판매고 3당 은 가격 $1씩 오릅니다.)
① 다음 내 턴 돌아오기만 하면 바로 은 사기 시작해야지.
② 아니 비싸져서 못 사겠네
③ 사라는 거냐?!
주식 시세도 점점 극단적으로 바뀝니다.
시세표에서 시세 마커(디스크)가,
왼쪽으로 가야할 때 맨 왼쪽이었으면, 아래로 갑니다.
오른쪽으로 가야할 때 맨 오른쪽이었으면, 위로 갑니다.
매도표는 매도표1(위)부터 순차로 아래로 활성화됩니다. 점점 더 많은 검은 가방이 주머니에 들어가게 됩니다.
즉 매도를 많이 할수록 점점 시세가 후둑 떨어질 위험이 커져갑니다.
감상
주머니 속 가방 카운팅하는 게임,
은이 생각보다 급등할 수 있어서, 못 사게 되기 전에 생각보다 좀 일찍 사려고 신경 써야 하는 게임
이라고 요약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분을 게임 준비 때 플레이어마다 5개씩 뽑는 건, 다른 플레이어의 것을 알 수 없지만
기댓값으로 종목별로 1개씩 뽑았겠거니 생각하면 거의 오차 없이 카운팅이 되고,
그게 힘들어도 적어도 검은 가방은 카운팅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주머니에 검은 가방은 없고, 진행 되면서 점점 들어가는 것이라 카운팅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각 작품 후기(책/게임/영화/음식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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