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책-모모

2021. 8. 6. 12:25각 작품 후기(책/게임/영화/음식 등)

읽기 전에 "모모를 읽고 내 인생관이 바뀌었다.", "꼭 읽어봐야 할 책" 이런 찬사를 많이 보았다.

한 권에 비유하자면 마시멜로 이야기,
두 권에 비유하자면 어린왕자+걸리버여행기 같은 책이다.

이 책은 교훈을 주려고 한다.
그게 자연스럽게 와닿으면 좋으련만,
"이 책은 교훈을 주려고 하는구나!"가 너무 티가 난다. 쀼죽하게 튀어나온 느낌이다.
그 점에서 마시멜로 이야기 같다. 마시멜로 이야기가 좀 더 자연스럽다.
이 책은 어떤 것(물질적 성장에만 치중하는 것)에 비판적이다. 그 점에서 걸리버 여행기 같다.
억지스러울 정도로 사람들이 회색인들에게 쉽게 넘어간다.
저작 시기가 1973년이더라. 생각보다 옛날이라 놀랐는데, 그 시기라면 이 정도의 비판이 필요한 사회이긴 했겠다는 생각은 든다만.

부분적으로 낭만적인(?) 문구들이 있다. 마더 구스처럼 반복적인 구조도 있고.


진행이 답답한 면도 있었다.
소갯말에서 스포일러를 다 당했달까, "신비한 소녀 모모, 시간의 비밀을 아는 호라 박사, 그리고 30분 뒤의 미래를 보는 거북 카시오페아가 함께 시간 도둑들에 맞서 사람들에게 도둑 맞은 시간을 찾아주기 위해 떠나는 여행"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이런 소갯말을 봤던 것 같다.
초반부터 호라 박사, 거북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초반에는 '모모는 잘 경청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내용뿐이었다. 호라 박사는 중간부터에서야 등장하고,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거북이 30분 뒤까지만 안다는 점과 관련해서 위기를 맞거나, 관련해서 위기를 크게 극복하는 내용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거치적거리지 않는 길을 찾아 가는 데에 능력을 이용할 뿐이었다.

모모가 적(회색인들)에게 맞서는 내용은 맨 뒷 부분 10%도 채 되지 않는다.
위기는 맨 끝에 단 한 번 있는데, 그냥 넘어간다.(회색인이 "내 놔!"하고 외치느라 입에 문 시가를 떨어뜨리는데, 회색인에게는 그 시가가 생명이라 스스로 소멸한다.)

책에서는 모모의 '잘 경청하는 능력'이 강조되는데
강조되기만 할 뿐 그 점이 딱히 좋은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니노와 니콜라가 싸우다가 화해하는데, 화해가 됐던 건 둘이 '어떤 점 때문에 기분이 나빴었는지'를 말해서이지, 모모 덕분이 아니었다.
모모가 한 건 어찌 할 줄 몰라 중간에 빤히 쳐다보는 게 전부였는데,
'어떤 점 때문에 기분이 나빴었는지'를, 둘이 서로 속을 털어놓은 것은 모모가 그렇게 빤히 쳐다본 후가 아니라 그 전부터였다.

 

만족도: 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