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책-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 : The millennium project. 2035-2055

2021. 8. 5. 10:18각 작품 후기(책/게임/영화/음식 등)

저자 박영숙님, 제롬 글렌님은 일찍이 유엔미래보고서, 세계미래보고서를 꾸준히 내고 계신 분들이다.

그런 만큼 기대도 어느 정도 있었는데, 기대를 많이 한 것 같다.

내가 모르던 정보도 있긴 했다.

 

"미래 10년 안에 전세계적 (생산 증가로 인한) 풍요가 와서 극빈층이 감소할 것이다."

글쎄, 인류 전체를 봤을 때 점점 더 생산이 증가한 것은 이미 있던 추세로 보이고, 그래도 자기 자신이 빈곤하면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빈곤층 감소에는, 생산 증가 못지 않게 빈곤층의 피임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요인이 아닌가 싶다.

 

"현재 시스템의 주된 아이디어는 교환가치가 사용가치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아니다. 경제학을 정립한 애덤 스미스가 '가치의 역설'이라며, '교환가치와 사용가치가 동일하지 않다'는 깨달음을 이미 250년 전에 전파했다.

저자의 의도는 알겠다. 현재 사인 간 소비재 거래가 중시되는데, '사회를 위한' 공공지출의 가치에 좀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리라.

'저자는 교환가치라는 말을 안다면 경제학을 공부하긴 한 것 같은데 왜 이걸 모르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음 내용을 보니 칼 마르크스의 자본 내지 그 생각을 따른 후세의 책을 본 게 아닌가 싶다.

 

"생명의 기본이 되는 재화는 주로 시장을 통해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무의미한 일(광고, 금융, 컨설턴트 등)을 할 수밖에 없다. 무의미한 직업일수록 급여가 높다. 인류학자 David Glaeber는 그런 직업을 '멍청한 직업'이라고 부른다."

이 역시 의도는 알겠는데, 좀 너무 나갔다.

돈이 필요하니까, 돈이 되는 일이라면 사회에 이로운 일인지 아닌지 신경 쓰지 않고 그 일을 한다는 것이리라.

그리고 광고, 금융, 컨설턴트는 완전 무의미한 일은 아니다. 이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분명 있다. 가치가 있어도 실물이 아니기에 그 가치를 직관적으로는 알지 못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분야에 대해 멍청한 직업이라고 막말을 하는 것은 경솔하고 무례하다고 생각된다.

 

WEM이라고, 코딩을 몰라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 나왔다고 한다.

비유하자면 RPG쯔꾸르 같은 것이랄까.

아무리 그래도 결국 세세한 내용을 다루려면 코딩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된다.

 

'바이러스태틱 스누드'라고 숨 쉬기 편한 마스크가 개발된 모양인데, 구글에서 검색해도 정보가 거의 안 나오는 걸 보니 보급은 아직인 것 같다.

 

의회에 인공지능 의원도 생길 거라고 하는데, 현직 인간 의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결코 그렇게 자리를 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된다.

에스토니아에서는 '노라'라는 인공지능에게 의원직을 주었다고 하는데, 검색해보니 제한적인 지위만 주었다고 한다. 그나마도 참 에스토니아 의원들이 순진한 건지, 어떻게 그랬는지 모르겠다.

만약 전 국민들의 뜻이 모여 인공지능에게도 의원 자리가 주어진다 해도, 인공지능의 중립성에 대해 과연 믿을 수 있는가.

그 인공지능을 만든 사람이 몰래 편향성을 넣어놓고 겉으로 '이 인공지능은 중립적이랍니다' 하며 속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보편적 기본소득이 도입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면서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좋은 점'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불평등(불균등)이  해소된다는 둥, 가난한 사람들의 선택의 기회가 늘어난다는 둥.

그것들은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좋은 점'들이지,

'기본소득이 도입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니다.

'내가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면서 '부자가 되면 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논리적이다.

이와 같이 비논리적인 부분들이 또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이디타도르 경주(디프테리아 해독 혈청 운반 이야기를 기념) 이야기였다.

아니, '아이디타 로드'라고 검색해야 정보가 많이 나오는 걸 보니 이디타도르는 오타인가 보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기념하는, 과거에 환자들에게 약을 전해준 이야기는 감동적인 이야기지만

현재 아이디타 로드 경주 경기는 개들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기념하는 게 중요한 것이니 경로는 줄여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