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책-롤리타

2021. 8. 16. 18:32각 작품 후기(책/게임/영화/음식 등)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는, 롤리타가 아니라 키다리 아저씨 쪽이었던 것 같다.(키다리 아저씨도 아직 읽기 전이지만)

소설 롤리타는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부분들로 가득했다.

첫째, 남주인공이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과,
둘째, 남주인공이 돌로레스를 만나기 전부터 그 나잇대 여자에게만 관심이 있는 것이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었다.

지금 쓰는 이 후기에서 돌로레스는 롤리타라고, 남주인공이 부른 애칭으로 적지 않고 원래 이름인 돌로레스로 적는 것도 남주인공에 대한 내 반감의 표현이다.

나는 남주인공이 원래부터 14세쯤의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한 사람(돌로레스)를 보고 반했을 뿐일 줄 알았다.
아니었다.
애나벨과의 만남(이별) 후 남주인공은 9세~14세 여자에게만 관심이 있었고, 성인 여자는 좀 경멸하기까지 한 것으로 보이는 묘사가 있다.

이만큼 언어유희가 있는 소설인 줄도 몰랐고, 이만큼 정신없는 서술이 되어있는 책인 줄 몰랐다.

헤이즈 모녀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도 3인칭으로 다양하게 지칭하는 것은 재미있었다.
(큰 헤이즈와 작은 헤이즈, 어린 헤이즈와 늙은 헤이즈 등)

발레리아와 헤어지고 엄마 헤이즈와 지내면서 "발레리아였으면 ...이렇게 폭행했을 텐데"하는 부분이 웃겼다.

엄마 헤이즈가 "당신이 ~하면 전 자살할 거예요!" 하는데, 그 말을 너무 갑자기, 쉽게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종교가 있나요?" 하고 차분하게 시작해서는, 바로 "당신이 우리 기독교의 신을 믿지 않는다면 전 자살할 거예요!"라고 하다니,

그런 건 결혼 전에 물어보라고.


읽기 전 나는 남주인공이 돌로레스에게 이렇게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태도일 줄 몰랐다.
남주인공은 돌로레스에게 "나를 신고하면 나는 감옥에 갈 테고, 보호자가 없게 되는 너는 보호소를 떠돌며 자유가 없는 힘든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라며 협박을 한다. 충분한 돈을 모으면 도망갈까 걱정하기도 한다.
「커피를 그녀 앞에 가져다놓고 아침 의무를 끝내기 전에는 안 주겠다고 말할 때면 얼마나 즐거웠던가.」 이 부분은 정말 반감이 들었다.
학교에서는 돌로레스양이 집안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고, 반항심이 있고 불만에 차 있다고 한다.
돌로레스는 남주인공으로부터 달아나려는 시도를 거듭했고, 결국 달아났다.

옮긴이는 편향적으로 남주인공 편에서 해설을 붙여놓았다.
처음에는 괴물 같지만 점점 동정하게 되고, 가슴이 아프게 된다고 한다.
옮긴이는 "남주인공이 그렇게 아껴준 순결을 롤리타는 쉽게 버린다"고 하지만,
애초에 그건 남주인공 것이 아니었다. 누구와 성관계를 가질 것인지는 본인 의사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남주인공도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것이다. 진작에 돌로레스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면 어머니에게 쫓겨날 것이라, 마음을 숨기고 있던 것이었다. 엄마가 없어지자마자 돌로레스과 성적 관계를 갖기도 했고. 돌로레스와 성적 관계를 갖기 위해 엄마를 살해할 생각도 했고, 약을 먹이기도 했고.
나중에 돌로레스가 다른 남자와 만나고 임신까지 했는데도 남주인공이 그녀를 원하는 것을 보고 옮긴이는 '사랑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하지만 나는 좋게 보이지 않는다.
남주인공은 돌로레스의 외모, 몸만을 탐했다. 돌로레스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그저 집착하고 원할 뿐이다. 이런 것을 나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볼 수는 없다. 

남주인공은 돌로레스만 좋아한 것도 아니었다.
아무렇지 않게 성매수를 하고, 돌로레스와 만난 이후에도 학교에서 또다른 님펫들을 볼 수 있겠다고 기대를 한다.

더글러스 파울러라는 사람은 돌로레스가 먼저 남주인공을 유혹했다고 하지만 그건 남주인공 입장에서 쓰인 부분일 뿐이다. 남주인공이 자기 멋대로 그렇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만족도: 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