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책-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

2021. 8. 21. 13:12각 작품 후기(책/게임/영화/음식 등)

원제는 'The Philosophy Files'이다.

한국판 제목은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따라 지은 것으로 보인다.

돼지 그림은 아마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낫다."는 J. S. 밀의 명언 때문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가 철학 책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나는 이 책을 추천해왔다.

첫째, 이 책은 쉽다. 지금까지 철학 책을 안 읽어오다가 이제 막 읽기 시작해볼까 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너무 읽기 수고로운 책을 접하면 '역시 책은, 역시 철학은 나랑 안 맞아' 하고 중도 하차할 것이다.

어려우면 뭔가 훌륭한 거라고 잘못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려운 건 좋은 게 아니다. 소통이 비효율적인 것이다.

둘째, 불편하게 자의적인 것이 없다. 유명한 철학자의 책을 보면 '어쩌고 저쩌고... 이것을 ㄱ이라고 하자, ㄱ은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자기 나름대로의 정의를 자꾸 한다. 없던 말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양반이다. 일상에서 어떤 의미로 쓰이는 말을 가져와서 자기 나름대로 재정의를 하여 써먹곤 한다. 그런 경우에 그 저자가 쓰는 그 용어가, 객관적으로 일상에서 쓰이는 원래의 의미와는 다른 의미로 쓰인 거라는 것을 계속 신경써야 해서 상당히 수고롭다.

 

이 책의 장점을 덧붙여 말해본다.

이 책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가 담겨 있다. 그리고 유머도 있다.

 

이 책 말고도 '쉬운 철학 책'으로 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도 있는데, 그 책은 저자의 주관이 너무 기분 나쁘게 들어있다고 느꼈다. 아닌 척하면서 어떤 견해 쪽으로 몰아간다고 느꼈다.

이 책에도 저자의 견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보다 중립적으로 쓰인 책을 나는 다른 데에서는 보지 못했다.

 

한 가지 짚자면, 육식에 대해 저자는 자신도 고기를 먹는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말한다.

「다른 동물은 죽여서 먹어도 되고, 인간은 안 된다고 하며 다르게 대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면 종차별이라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내 견해는 '종차별 맞는데, 그게 곧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이다.

 

만족도: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