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파워그리드

2021. 8. 21. 22:04각 작품 후기(책/게임/영화/음식 등)

파워그리드(풍큰슐락), -호주&인도, -EnBW.

 

Power Grid

 

팬심으로는 1위인 게임, 파워그리드입니다. 추억 보정 같은 것까지 산입하면요.

학생 때 어느 날 마트에서 진열된 파워그리드를 보고 혼자 그냥 ‘와 이거 진짜 재미있겠다!’ 싶어 인터넷으로 구매했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의 보드 게임 취미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확장을 별도로 세었다면 이 주변 순위는 파워그리드 확장들이 상당히 자리를 채웠을 겁니다.

 

저는 기존에 폭력이 흔한 전자 게임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요.

전기를 만들어 공급하는, 전력 회사를 경영하는 이 게임의 테마가 마음에 들기도 하였습니다.





 

이 게임은 수요·공급의 원리가 잘 녹아있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쓰이는 연료가 석탄, 석유, 쓰레기, 우라늄 4종인데요,

인기 있는(사람들이 많이 사가는) 건 비싼 게 시장에 남고,

인기 없는(사람들이 안 사가는) 건 싼 게 시장에 남아 있게 됩니다.





저는 경매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경매‘만’ 있는 게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경매로 자산을 얻는 게임을, 자산 가치에 대해 각자 어떤 근거를 가지고 수 계산을 하여, 자기 나름의 가치 평가를 하고,

그 평가가 얼마나 옳았는지가 성적에 연결이 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포커를 좋아하는 것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플레이어 간 돈이 오가는 경매는 싫어하고, 플레이어-공급처 간 돈이 오가는 경매를 좋아하는데요,

이점은 아마 플레이어-플레이어 간 돈이 오가는 것은 내가 -1일 때 그냥 -1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1이 되므로 결국 격차는 2가 되어 격차가 심하게 일어난다는 점과, 내 돈을 남에게 뺏긴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습니다.)

 

파워그리드는 한 번 해보면 ‘순번’의 중요성을,

한 번 더 해보면 ‘입지’의 중요성을 알게 됩니다.

이 게임은 순번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마지막 순번인 사람은 경매 때 (괜히 일찍 사지 않는다면) ‘현재 시장’에 어떤 물건이 올라오는지 마지막까지 보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연료 구입 비용도 가장 불리한 순번인 사람에 비해 크게 아낄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장 점수가 높은 사람이 다음 라운드에 가장 불리한 순번이 된다’는 메커니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건설을 할 때 연결로 비용을 다 내면 멀리도 건설할 수 있어서 이 게임에 절대적 고립은 없습니다만

가까운 곳이 선점돼있으면 멀리까지 가야 해 연결로 비용이 많이 들게 되므로

'고립에 준하는 상황'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립에 준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활로를 미리 봐둘 필요가 있고,

때로는 ‘조금’ 먼 연결을 미리 해두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많이’ 먼 연결을 해야 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이 게임도 부인할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불리한 순번을 피하려고 다들 건설을 미루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맵 확장들 중에는 '용량 큰 발전소가 현재 시장에 일찍 들어올 수 있는 규칙'이 있는 맵들이 있습니다.

용량 큰 발전소들을 갖추면 결국 건설을 하게 되니까요.

그런 맵 확장을 안 써도, 3기가 되면 용량 큰 발전소들이 현재 시장에 풀리게 됩니다.

이 게임에는 1기, 2기, 3기 ‘기’ 구분이 있는데, 말하자면 ‘시대’ 같은 것입니다. 기에 따라, 그리고 인원에 따라 매 라운드 연료 시장에 벌충되는 연료 수가 정해집니다.

 

최근 나온 리차지드판에서 규칙이 조금 바뀌었는데, ‘쓰레기 연료 시작 가격이 1 낮아진 점’이 가장 획기적인 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판을 플레이하더라도 쓰레기 연료의 시작 가격은 7이 아닌 6에서 시작하기를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플레이(계산) 팁>

모든 플레이어가 폰을 꺼내어, 계산기를 사용하시기를 권장합니다. 건설에도 쓰이는 비용도 ‘돈’이고 연료 구입에 쓰이는 비용도 ‘돈’이라, 앞 단계에서 돈을 쓸 때 ‘뒷 단계에 쓸 돈을 얼마 남겨놓으면 좋을지’ 생각하는 데에 수고가 듧니다. 파워그리드는 흔히 ‘계산 많이 하는 게임’이라고 들어오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1) 연료 구입 값 계산은 정수 (가)평균값에 개수를 곱하는 식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석탄 연료를 5개 사려고 하는데 가격 4짜리 1개, 5짜리 3개, 6짜리 1개라면,

5*5로 계산하는 게 좋습니다.(4*1+5*3+6*1보다 간단합니다.)

만약 총 6개, 가격 4짜리 1개, 5짜리 3개, 6짜리 2개를 사려고 한다면 단순 평균값이 정수가 나올 수 있게 미리 1을 빼두는 것으로 생각하고 5*6+1로 계산하는 게 좋습니다.

2) 건설 비용 계산은, 도시 비용들을 곱하기로 먼저 계산한 뒤에 연결로 값을 하나 하나 더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뻗어나가는 순서대로 (연결로)3+(도시)10+(연결로)9+(도시)10+(연결로)9+(도시)10=51로 계산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이보다는 (도시)10*3+(연결로)3+9+9=51로 계산하는 게 간단합니다.

괜히 수식 보여서 어렵게 느끼실 분도 계실 수 있는데, 직접 해보시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5*5, 간단하잖아요? 10*3+3+9+9도 그리 어렵지 않은 산수입니다.

 

이 게임 2인 게임을 못해본 게 아쉽네요.

경매 요소가 있어서 1인 다역을 하기도 어렵고요.

이 게임의 재미 중 가장 큰 부분은 경험상 ‘경매 때 다른 사람들끼리 가격을 높게 불러 경쟁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였습니다.

 

솔직히 2인 게임을 하면 더 우선될 게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

저도 파그 2인플 메이트는 찾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 외로 ‘파그 2인을 해보았고, 좋았다’고 하시는 분들을 최근에 몇 분 보게 돼서 좀 놀랐습니다.

 

이 게임의 장점을 또 하나 깜빡했군요,

흔히 경매 게임은 초심자가 가격을 얼마까지 부르는 게 좋을지 잘 가늠을 못하게 되곤 합니다. 물건의 가치에 대해 잘 모르니까요.

파워그리드는 이 부분이 다른 경매 게임에 비해 잘 극복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건(발전소)마다 번호가 최저 가격이 되고, (한 라운드 이미 낙찰된 사람은 빠져 다음 물건들에 입찰할 수 없게 되어) ‘발전소를 마지막에 사는 사람은 (경쟁 없이) 최저가에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마지막에 사는 사람이 최저가에 살 때 내가 배아프지 않으려면 지금 나는 얼마까지만 부르는 게 좋을까?’를 생각하면 됩니다. 이러면 초심자도 경험자와 동등하게, 가격을 얼마까지 부를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발전소 시장 메커니즘도 처음부터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에 시장에 공개되는 8개 발전소 중 번호가 낮은 4개만(‘현재 시장’에 있다고 하며) 경매 물건으로 올릴 수 있습니다.

나머지 높은 번호 4개는 ‘미래 시장’에 있다고 합니다.

발전소가 낙찰이 되든, 다른 규칙에 의해 빠지든

빈 자리가 생기면 발전소 덱에서 새 발전소가 무작위로 뽑혀 시장을 채우는데,

역시 번호순으로 정렬하기 때문에 ‘미래시장의 가장 낮은 발전소’가 현재 시장으로 올라올지 안 올라올지 미리 알 수 없습니다.

가장 높은 번호 발전소는 발전소 덱 맨 밑으로 들어가는데, 셋업 때 덱의 맨 밑에는 2기를 종료시키는 ‘3기’ 카드가 놓입니다. 그래서 ‘3기’카드 이후로 높은 번호 발전소들이 모여 들어오게 되고, ‘3기’ 카드가 공개된 이후에는 높은 번호 발전소들이 다시 나오게 됩니다.

카드 하나 하나 자체에 시대 구분을 해놓지 않고, 높은 번호 발전소들이 결국 이런 식으로 후반에 나오도록 한 것은 정말 영리한 것 같습니다.

 

한국 2쇄에서 한국 1쇄와 달라진 점, 그리고 리차지드판에서 달라진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 2쇄 때, 한국 1쇄에서 달라진 점:

2쇄상자 앞면에 보면 '완전히 달라졌다'고 쓰여있는데, 사실 말 그대로 완전히 달라졌으면 안 샀을 거에요. 재미 있는 게임이 완전히 달라지면 어떡해요?

 

차이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맵입니다.

맵 보드는 양면으로 되어 있는데요.

한국 1쇄는 독일-한국 맵이고

한국 2쇄는 독일-미국 맵입니다.(본래 독판 및 영판과 마찬가지로)

한국맵이 의외로 좋은 평을 듣기도 하고, 연료시장 종이가 추가로 있어서 좋았는데, 그건 아쉽네요. 안 쓰는 지역 위에 올려놓고 쓰기 좋았는데.

 

2쇄에서 3기 카드 그림이 달라졌습니다. 발전소는 기능은 물론 밋밋한 재질까지 그대로고요.

 

규칙서가 풀컬러로 바뀌었더군요! 전에는 흑백이었는데.

그리고 2쇄 규칙서 6p 3기 설명 부분 '게임'이 아니라 '겡미'로 쓰인 부분이 있습니다.

 

약간 부족했던 구성물이 충분해졌습니다.

한국1쇄는 플레이어 개인 마커가 21개여서 2인플 시 '점수', '순서'를 표시할 마커까지 도시에 놓아야 했습니다만, 2쇄는 개인마커가 22개씩입니다.

그리고 개인 참조요약카드가 1쇄는 5장이라 6인플 시 한 명은 참조요약카드가 없었는데(그래서 발전소 확장에 추가 참조요약표가 있기도 했죠), 2쇄는 참조요약카드가 6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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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지드판에서의 변경점은 다음과 같습니다.(전에 써둔 글 복붙)

리차지드판 공식 규칙서(리오그란데 게임즈) http://riograndegames.com/getFile.php?id=2162

 

Ⅰ. 디럭스 비슷하게 바뀐 점~

 

- 초기세팅:

  인원별 제거하는 카드에 대해 '플러그 카드'와 '소켓 카드'를 구분하여 함.

  소켓카드 중에서는 2/3/4인 게임 시 5/6/3매 제거.

  플러그카드(#3~#15) 중에서 2/3/4인 게임 시 1/2/1매 무작위 제거 후 섞어 8장(발전소 시장) 배치. 남은 플러그 카드 하나 빼둠.

  나머지 플러그카드와, 제거되지 않은 소켓 카드를 섞어 덱 구성.

  덱의 맨 밑에는 "3기" 카드를, 맨 위에는 ('#13을 올리기' 대신)아까 빼둔 플러그카드 1장을 둠.

  *기존 파워그리드로 이 규칙을 적용코자 하면, 플러그 이미지를 출력해서 #03~#15 뒷면에 끼우면 되겠습니다.

  

 

- 구성물 추가/변경: 망치마커(현재 어느 발전소 경매 진행 중인지 표시), 종료유발점 표시 막대, 할인토큰(규칙은 아래에), 연료 구성물들(형태, 사진 참조).

 

- 턴 순번 트랙이 1줄→2줄 됨(이번 라운드 경매에서 발전소 산 플레이어는 아래로 내려서 표시).

 

- 2인 게임 trust룰 추가

 

- '너무 낮은 번호 발전소 제거 규칙' 변경:
 기존 규칙에서는 '발전소 시장에 최저점자 점수 이하 번호 발전소 발생 시 즉각 제거'였는데 이제 그렇게는 제거하지 않고, (따라서 '건설 단계에 3기 카드가 나오는 일'은 이제 없을 것).

 시장 최저번호 발전소에 할인토큰을 두어, 시작 가능 호가를 1부터로 함. 할인발전소보다 낮은 번호 발전소 나오면 그 낮은 번호 발전소를 즉각 제거, 할인토큰도 제거. 경매단계 종료 때 여전히 할인토큰 남아있다면(이번  라운드에 더 낮은 번호 발전소도 나오지 않았고, 할인발전소가 가격 1에도 팔려나가지 않았다는 것) 할인발전소를 제거.


Ⅱ. 디럭스와는 상관 없이 바뀐 점~

 

- 연료시장에 '시작 가격'이 표시됨. 쓰레기연료 시작 가격 6(기존엔 7)

 

- 미국맵에 '석탄 저장고' 신설: 플레이어들이 보유하지도 연료시장에 놓이지도 않은 모든 석탄은 언제나 '석탄 저장고'에 놓여, 가격 8에 살 수 있음.

 (소모하는 석탄도 바로 저장고에 놓고, 연료시장 리필할 때에도 저장고에서 연료시장으로 옮김)

 

- 독일맵 플레이 시 #39 발전소가 팔리면, 이후 우라늄은 연료시장에 보충 안 됨.

 

- 연료시장수급표를 카드로 제공.


- 이번 라운드에 (건설한 도시에) 새로 놓는 마커는 눕혀 놓아서 표시.

 

- 2인 게임 종료유발점을 18점으로 내림(기존엔 21점이 종료유발점이었음).

 

- (숙련자 규칙) 기본 시작 도시 규칙:

 세팅 때(첫 플레이어순서와, 이번 플레이에 사용할 지역 정한 뒤) 플레이어순서대로, 각 플레이어는 시작 도시를 정하여 임시로 우라늄토큰으로 표시해둠.

 플레이어들은 각자 처음 전력망 건설을 그 '시작 도시들' 중에서 시작해야 함. 그러한 표시된 도시들은 1기에는 시작도시로서만 건설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