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데드 오브 윈터

2021. 8. 21. 22:05각 작품 후기(책/게임/영화/음식 등)

데드 오브 윈터.

 

Dead of Winter: A Crossroads Game

저는 좀비 테마를 매우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데오윈은 좋아합니다.

워킹데드처럼, 좀비가 있고 생존해내는 테마 게임입니다.

RPG, 즉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입니다. 역할 분담을 잘 해야 합니다.

시나리오 읽을 거리가 꽤 있고, 잘 쓰여 있습니다.

게임 시작 때 고르는 공동 목표 시나리오도 여러 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고, 매 턴 크로스로드카드라고 옆 사람이 읽어주고 턴 플레이어가 2중택1하는 게 있습니다.

 

(마폴처럼) 이 게임에서도 주사위들은 미리 굴려지고, 눈 값에 따라 활용범위가 달라집니다. 눈 값에 상관 없이 할 수 있는 행동선택지도 있어서, 낮은 눈이 나온 주사위도 쓰일 데가 있습니다.

캐릭터마다 고유 특수능력과 스탯이 있습니다.

1인 1캐릭터가 아니고 기본 1인 2캐릭터를 운용하고, 플레이 중 운용 캐릭터가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semi-협력 게임입니다.

'공동 목표'가 있고 '개인 목표(비밀 목표)'가 있습니다. 둘 다 달성해야 승리합니다.

'개인 목표' 중 일부는 배반자 목표로, 공동 목표 달성을 저해하게 하는 것도 있습니다.

(배반자 개인 목표가 아닌 개인 목표 카드를 인원 수*2장 준비하고, 배반자 개인 목표 카드는 1장만 준비해서 개인 목표 풀을 만들어둔 뒤 그 풀에서 플레이어당 1장씩 무작위로 뽑습니다.)

 

이하 제가 좀 변호하는 식이 될 것 같아 미리 주의 드립니다.

배반자를 이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거나, 알파 플레이어 문제가 있다거나, 크로스로드카드 몇 장 안 돼서 다 외워져 재미가 없어진다며 이 게임을 혹평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배반자가 아닌 입장에서, 게임에 배반자가 있으면 더 어려워진다는 건 동의합니다. 그래서 저는 게임 이해도가 높지 않은 초플 때에는 완전 협력 규칙으로 하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사기가 2쯤 됐을 때 배반자가 한 라운드에 0으로 후둑 떨어뜨리는 걸 경험하시고 ‘아 배반자 사기’ 이렇게 생각하신 분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기가 0이 됐을 때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니고 배반자를 색출해내지 못한 채 사기가 2쯤 됐을 때가 이미 너무 늦은 것입니다.

장기를 둘 때에도 보통 A말을 내밀기 전에, B말로 잡을 수 있는 자리를 준비해 둔 뒤에 A말을 내밀지 않습니까?

배반자가 아닌 플레이어는 ‘사기가 0이 되지 않는 것’만을 추구하기보다 ‘사기가 너무 낮아지지 않는 것’을 추구해야 합니다.

 

배반자를 색출해내기가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배반자가 있을 수도 있는, 일반 규칙으로 하는 경우

각 플레이어들이 어느 장소에 갔었는지 기억하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위기 상황에 투하된 카드 중에 불순물이 있는 경우, 그 카드에 적힌 장소를 보고, 그 장소에 갔던 플레이어를 의심하면 보다 잘 배반자를 색출해낼 수 있습니다.

 

알파 플레이어 문제는 협력 게임에 많이 이야기되는 문제죠.

데오윈은 (완전 협력 규칙으로 하지 않는 한) 그 문제가 해소가 됩니다. ‘개인 목표’가 있어서요,

설령 자신이 배반자가 아니더라도 공동 목표 달성이 너무 일찍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개인 목표를 달성한 플레이어만, 공동 목표 달성 시 승리를 하고

개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플레이어는 공동 목표가 달성돼도 패배하기 때문에

당당하게 남의 말을 안 들어도 됩니다!

누가 말을 안 듣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배반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완전 협력 규칙을 적용한 게 아니어도 사기나 남은 라운드가 0이 되면 공동 패배를 한다는 점, 식량을 같이 먹는다는 점 때문에 이 게임을

일반 규칙에서도 협력 게임으로 잘못 생각하고 어느 분께서 ‘모두를 위한 정답인 수가 있으며, 배반자가 아니라면 그것을 하라는 말에 따라야 한다’고 하신다면 그 분은 이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자기 그룹의 이익을 생각하는 소집단입니다. 완전 협력 게임이 아니에요.

“난 이렇게 하고 싶어.”, “아니 그러면 이런 문제가 있잖아, 니 생각만 하냐? 공동의 이익도 생각해야지!”라며 다투는 것이 바로 이 게임의 테마입니다. 배반자가 없다 하더라도요.

 

약간 플레이 팁을 적자면, ‘어떻게 하면 빨간 주사위(위험 노출 주사위)를 한 번이라도 덜 굴릴까’를 신경쓰시면 좋습니다.

빨간 주사위를 안 굴리게 해주는 수단이 게임 안에 여럿 들어있는데(총, 연료 등), 처음에는 캐릭터 능력 외에는 갖춘 것 없이 시작하죠.

갖춘 것 없이 좀비와 싸우는 건 보통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크로스로드 암기 문제, 카드를 모두 외우셨다면 우선은 ‘내가 너무 한국인이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기사: “별 것도 아니네”… 한국 게이머, 디아블로3 '끝판왕' 벌써 잡았다

http://m.kukinews.com/m/m_article.html?no=41950)

외워서, 선택지에 대한 기능적 결과를 이미 안다는 것은 원래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하우스룰로, 선택지에 따른 기능적 결과를 말하지 않는 식으로 플레이하시는데요,

이 게임을 배울 때 저도 결과를 안 읽어주는 걸로 배웠고, 다른 모임들에서도 그렇게 하기에 저는 그게 규칙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원래 규칙은 기능적 결과까지 모두 읽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원래 규칙상, 공동 목표에 따라 게임을 시작할 때 읽는 내용(공동 목표 - 들어가는 이야기)이 규칙서 맨 뒤에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게임을 사고서야 알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걸 생략하다니! 원통할 정도였습니다.

(배반자는 마무리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게임은 테마를 느끼는 데에 큰 재미가 있는 게임입니다.

(덧붙여 Soundscape가 있으니 꼭 이걸 틀어놓고 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do8Mz2ZtFo)

 

크로스로드 카드는 이런 식입니다,(예를 들려고 제가 지어낸 것이니 스포는 없습니다.)

‘문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열어달라고 하는데요, 1) 열어줄까요, 2) 말까요?’

이에 대한 결과는 아마도 1) 열어주면 컨트롤하는 캐릭터가 늘 수 있겠고, 대신 좀비가 기지 앞에 추가된다거나, 기지의 식량이 줄겠죠. 2) 안 열어주면 캐릭터를 추가로 못 얻는 대신 좀비가 추가로 몰려오거나 식량이 감소되지는 않겠죠.

‘외부에서 어린이를 발견했습니다. 1) 기지로 데려와줄까요, 2) 말까요?’(규칙서에 나와있는 예)

기능적 결과를 알아도 플레이어로 하여금 윤리적인 고민을 하게 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테마를 느끼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하시는 게 더 좋습니다. 수 계산만 신경 쓰시는 분들이 하기보다요.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높은 성적 내기에서 오는 재미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고 테마를 체험하는 데에서 느끼는 재미도 있을 수 있고,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데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스 워 오브 마인도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면, 어떻게 될지 알아도 고민을 하게 만들지 않나요? 이웃의 물건을 빼앗아 오면 그 물건을 내가 유용하게 쓸 수는 있겠지만 이웃은 힘들어지겠죠.

그래서 ‘크로스로드 외워서 재미없다’는 건 저는 이해는 돼도 공감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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