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5. 00:25ㆍ각 작품 후기(책/게임/영화/음식 등)
먼저 다른 곳에 올렸던 글인데, 거기에서는 내용 일부 숨기기 기능이 있어서 스포일러 내용 숨기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티스토리에 복사해올 때에는 그냥 복사해와서, 스포일러 내용은 안 담아왔습니다.(여기서는 클릭해도 숨은 내용이 나오지 않습니다.)
해당 내용을 보고 싶으시면 원본 글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게 궁금하긴 엄청 궁금한데, 사는 건 좀 망설여지는 그런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본 유저들의 게임 평은 좋은데 플탐도 길고 값도 만만찮고,
또 '이야기는 진짜 좋은데 전투 같은 시스템은 별로더라'고 하는 평들도 있고 그래서 말이죠.
판단에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테인티드 그레일 게임 소개 글을 써봅니다.
참고로 보드라이브의 튜토리얼 영상을 보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어떤 식의 게임인가.
(이 게임을 글룸헤이븐과 비교해서 어떻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계신데, 영 다른 게임입니다.)
테인티드 그레일은 기본적으로 게임북 같은 게임입니다. 7th대륙, 타임스토리즈, 언락처럼요.
이런 게임을 가이오트님께서는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타임스토리즈를 좋아하신 분이라면 테인티드그레일도 취향에 맞으실 것 같습니다.
(부르심님께서 공개로 올린 이미지에서 제가 글자를 가린 것 tgrail.rktech.dev/post/75)
(곰잼님의 7th대륙 소개 영상 youtu.be/5X1OeoA3X-c?t=2m45s)
(데굴데굴 어드벤처 게임에 관한 영상 youtu.be/u-xGNL84P5Q)
여기서 플레이 팁을 드리면, 탐험한 장소의 읽은 절에서 '안 간 분기'가 어떤 게 있었는지를 적어두세요. 그러지 않으면 어디 가서 뭘 해야 하는지 잊어 생각이 안 날 수 있습니다.
일단 읽게 되는 절은, 어떤 다른 선택지들이 있고 그 조건과 결과가 무엇인지(그 절 안에서는) 보는 것이 원래 규칙입니다. 치팅이 아닙니다.
챕터.
게임의 이야기 진행 진척도로 '챕터'라는 개념이 있는데, 챕터는 보통 게임 한 판이라고 말하는 그런 개념은 아닙니다. (아캄호러카드게임의 시나리오나, 팬데믹레거시의 한 달 같은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에버델에서 '계절'이 바뀐다고 해서, 혹은 타임스토리즈 플레이 도중에 '저장'을 한다고 해서
"자 이제 모든 걸 리셋하자!"라고 하지 않잖아요? 마찬가지로 테인티드그레인에서는 챕터 1에서 챕터 2로 넘어가는 것은 그냥 진행을 어느 정도 한 것일 뿐입니다. 계속 이어서 플레이하면 됩니다. 챕터 넘어갈 때 다른 건 리셋되는 게 하나도 없고, '이벤트 카드'만 세팅합니다.
여기(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4469&tb=info_boardgame&id=summonschy&delivery=0&pg=2&game_id=&start=&b_category=&game_category=)에서
시작 편지, 상태 시트, 캐릭터 보드, 이벤트 카드, 탐험일지(표지)를 보실 수 있네요.
(위의 탐험일지와 마찬가지로 부르심님께서 올린 것이니 스포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벤트 카드.
이벤트 카드는 '챕터 0의 0부' 이런 식으로 있습니다.
이벤트 카드는 아캄호러카드게임의 아젠다 카드, 액트 카드 같은 역할을 합니다.(번역명은 주요 사건, 주요 목적이던가요.)
아캄호러카드게임은 둘이 구성물 자체가 구분돼있지만 테인티드그레일은 '이벤트 카드'가 두 역할을 다 합니다.(앞부분 이벤트 카드가 액트 카드 같은 역할, 뒷 부분 이벤트 카드가 아젠다 카드 같은 역할)
라운드(하루) 수 제한 여부.
이벤트 카드 장 수가 유한하고, 매일(매 라운드) 이벤트 카드가 한 장씩 넘어가니
라운드 수 제한이 있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데요.
데드오브윈터는 '소정 시한 내에 클리어 못하면 패배로 게임 종료'라는 요소가 있지만
테인티드그레일에는 그런 건 없으니 그 점은 안심하시면 됩니다.
테인티드그레일에서 라운드(하루) 수는 무한입니다. 마지막 이벤트 카드는 예를 들어 플레이어 캐릭터가 공포를 받는다든지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이벤트 카드를 되돌리고 그 위에 '무작위 이벤트'를 몇 장 다시 벌충하는 식이거든요.
'무작위 이벤트'에는 뭐 날씨가 좋은지(이동에 AP 적게 듦) 나쁜지(이동에 AP 많이 듦) 같은 게 있습니다.
분기 스위치.
게임을 시작할 때 '상태 시트'를 가지고 시작하게 됩니다.
여기서 '상태'라는 것에 대해 오해를 할 수 있어서 꼭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됐습니다.
'상태'라고 하면 보통은 포켓몬스터 같은 게임의 상태 이상을 생각하실 겁니다. '독에 걸린 상태' 등이요.
테인티드그레일에서 '상태'란 그런 개념이 아닙니다.
'스위치 ON상태/OFF상태' 같은 개념입니다. 분기를 나누어 구분하는 데에 쓰입니다.
여러분 알피지메이커 아시나요. 아시면 이해가 더 쉬우실 텐데요.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
촌장과 대화(상호작용)
001번 스위치 '임무 A 받음'이 OFF일 경우 1절로 가세요.
1절 내용: 촌장曰 "이 임무 A를 맡아주게." 001번 스위치(임무 A받음)를 ON한다.
001번 스위치 '임무 A 받음'이 ON일 경우
002번 스위치 '임무 A 완수'이 OFF일 경우 완수 조건이 되었을 경우 2절로 가세요.
2절 내용: 촌장曰 "이 보상을 받게." 소지금 00g 증가. 002번 스위치 '임무 A 완수'를 ON한다.
002번 스위치 '임무 A 완수'이 ON일 경우 3절로 가세요.
3절 내용: 촌장曰 "저번엔 고마웠네." (더 이상 보상을 주지 않음)
」
「
상자와 상호작용
003번 스위치 '1번 상자 열었음'이 OFF 상태라면 상자 열림. 보상 획득.
003번 스위치 '1번 상자 열었음'이 ON 상태라면 더 이상 보상을 얻지 못함.
」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거죠.
테인티드 그레일의 '상태'는 이 스위치 기능을 합니다.
상태 시트에 상태 목록이 쭉 있고, ON/OFF 여부를 표시하는 체크박스가 있습니다.(체크 표시함으로써 ON 표시)
스위치는 무언가의 시작(임무 받음)일 수도, 끝(더 이상 보상 받지 못함)일 수도 있습니다.
그밖에 분기 조건이 되는 것은 '비밀 카드 보유 여부'와(¶ "00번 비밀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00절로 가세요.")
'특정 캐릭터가 일행에 포함되어있는지 여부'입니다.(¶ "○○캐릭터가 있다면 00절로 가세요.")
캐릭터의 스탯(성향) 등 다른 분기 조건도 가끔 있긴 합니다.(¶ "영성이 2 이상이라면 00절로 가세요.")
주사위 굴림도 있고요.
참고로
본품에 캐릭터는 베요르, 아일리, 매곳, 아레브 넷뿐입니다.
이 넷이 아닌 다른 캐릭터 이름이 탐험일지에 나와 "○○캐릭터가 있다면 00절로 가세요"라고 쓰여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저는 오류인가 했습니다.(테티그 사이트 질문/답변 게시판 보면 다른 분도 "○○라는 캐릭터가 없는데 뭔 쌉소리인가요"라고 질문 글을 올리셨더군요 ㅋㅋ)
오류가 아니고 그 ○○캐릭터는 킥스 특전 캐릭터였습니다.
그리고 상태 시트에 보면 "○○상태, △△상태를 모두 모았으면 비밀의 서 000절을 보세요"라고 쓰인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그걸 뒤늦게 발견했어요.
이야기와 리플레이성, 전투
이야기가 좋은가? 그건 개인에 따라 달리 평할 것 같은데요.
[스포 방지]
스포일러가 포함된 부분입니다. 보시려면 클릭하세요. |
리플레이성이 있는가?에 대해 말하자면
저는 1회차 엔딩을 보신 분들이라면 2회차를 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갈리는 이야기는 못 보는 부분이 있고, 엔딩을 한 번 보시면 못 봤던 분기 이야기를 보고 싶으실 거에요.
모든 이야기를 다 보시기를 저는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만 3회차 이상은 너무 수고로우니 전투/교섭 같은 건 생략하고 이야기만 진행하는 식으로라도 보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빨리 중심 이야기만 보고 곁가지 이야기는 최소한만 보고 싶은데, 이 부분은 꼭 봐야 하는 부분일까?' 가 궁금할 수 있는데요.
약간 가이드를 드리면 주된 내용은 다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머지는 부수적인 이야기입니다.
[스포 방지]
스포일러가 포함된 부분입니다. 보시려면 클릭하세요. |
다음 내용은 부수적인 이야기인데, 이 중에 1회차에서 못 보신 내용은 재차 플레이로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된 부분입니다. 보시려면 클릭하세요. |
모두가 2회차 이상을 하실 거라고 생각한다는 게 아닙니다. 1회차 엔딩을 보기 전에 중도 포기하시는 분들도 꽤 계실 거에요.
취향이 아니라면 중도에 그만하시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왕 끝까지 하실 거라면 모든 이야기를 다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전투는 지루하다는 분들이 많던데, 저는 괜찮았습니다.
대전 격투 게임 등에서 레이지 모드라는 게 있죠. 체력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세지는 거요. 죽기 전 발악이라고 할까요.
테인티드그레일에도 그 요소가 있습니다. 대미지 총 4를 줘야 쓰러지는 적이라면 대미지 3까지 줬을 때 그 적이 많이 세지거나 도주를 하거나 회복을 합니다. 그러니까 상대를 잡으려면 막타를 세게 쳐야 합니다. 이 부분이 저는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밖에 아쉬웠던 부분, 좋았던 부분.
'비밀의 서'가 '탐험 일지' 뒤쪽에 하나의 책으로 되어있다는 게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탐험 일지'와 '비밀의 서'와 '튜토리얼 탐험 일지'가 스프링 제본 책 한 권으로 되어있습니다.
게임 중 '비밀의 서 몇 절을 보세요'하는 부분이 계속 나옵니다.
안 해보신 분들은 이 점이 대수로운 건지 모르실 수 있는데, 엄청 불편합니다. 이것 때문에 게임 플레이 번거로움이 1.5배이상으로 증가합니다.
비밀의 서 분철만 돼있었으면 플탐은 훨씬 줄었을 것이고, 긱웨이트도 분명 내려갔을 겁니다.
분철이라는 간단한 것을 제작사가 할 수 있었는데 안 했다는 게 화가 납니다.
피규어 모양 만들기, 생산하기, 이야기 짜기, 그림 그리기 등에 적잖은 제작비를 들였을 텐데
제본 하나 하는 건 제작비의 아주 작은 부분일 텐데 말입니다.
종이 재질도 아트지인지, 잡지 같은 마찰력 있는 재질이라 스프링에 걸려 찢기지 않도록 하려면 조심조심 넘겨야 합니다.
비밀의 서 제본만 따로 돼있었으면 저는 평점을 더 높게 매겼을 겁니다.
그리고 [스포 방지]
스포일러가 포함된 부분입니다. 보시려면 클릭하세요. |
아쉬웠던 부분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좋은 날씨' 카드가 색채가 너무 밝다는 점입니다.
아니 날씨야 좋을 수도 있긴 한데요;;
플레이어는 어두운 분위기에서 계속 우중충한 색채의 장소카드를 보며 플레이 하는데
그 장소카드와 '좋은 날씨', '멋진 날씨' 카드의 간의 색채 괴리가, 몰입을 팍 깨지게 할 만큼 너무 커서 저는 웃겼습니다.
좋았던 부분을 또 말씀드리자면
캐릭터의 스탯(성향), 고유 행동이 그 캐릭터의 배경 이야기와 아주 잘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캐릭터 설정면에 저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밖에 좋았던 점은, 큐브 품질이 엄청 좋다는 것입니다.
큐브야 어느 게임에서나 똑같은 것일 줄 알았는데, 테인티드그레일의 큐브는 진짜 보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마감이 정말 매끄럽게 잘 돼있습니다.
그리고 조우 카드 중에 뜻밖에 웃긴 게 몇 개 있었는데, 저는 그게 또 좋았습니다.
정리하자면 테인티드 그레일은
모든 부분이 훌륭하다고 생각진 않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괜찮습니다. 타임스토리즈 좋아하시는 분들은 정말 만족하실 겁니다.
다른 분들이 혹평하는 전투 부분도 저는 좋았습니다.
엔딩을 보기까지 꽤나 수고롭긴 합니다. 취향에 안 맞으면 중간에 그만하시고
끝까지 하신다면 모든 이야기를 보세요.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 작품 후기(책/게임/영화/음식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기-책-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0) | 2021.08.28 |
---|---|
소개-뮈 앤 모어 (0) | 2021.08.25 |
소개-아캄 리추얼 (0) | 2021.08.25 |
후기-데드오브윈터 2인플 (0) | 2021.08.25 |
소개-Patrician (0) | 2021.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