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 게임이 많이 비싸졌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2023. 5. 12. 19:14잡담

'어떤 게임부터 알아볼 것인가?'에 대한 얘길 할 때에도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게임이 '주관적으로 자신에게 마음에 들 것인가'이지, '객관적으로 평이 좋은 것'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평이 좋은 것도 자신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얘길 했는데요,
비슷한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재화의 명목 가격은 점점 오르죠.
그런데 실질적으로도 게임들이 다 가격이 올랐느냐, 많이 올랐느냐 하면
제 생각엔 아닌 것 같습니다. 뭐 실증 자료 조사를 한 건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니 보드 게임도 명목 가격이 오른 것도 있는 것 같은데
제 생각에 더 중요한 건 '자신이 관심 있는 게임 풀이 바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입문 때에는 가격 낮은 게임들만 보다가, 점점 보드 게임 취미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보다 볼륨 있는 게임에 관심이 생기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질적으로 묵직한 정도와 가격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례 관계가 좀 있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입문 때에는 가격이 μ-1, μ-2 수준인 게임 a, b만 봤는데, 나중에는 g, q에도 관심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그때 보니 g, q는 가격 수준이 μ+2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같은 게임은 가격이 내려갑니다.

(품절 돼서 중고 시장에서 가격이 올라가는 건, 재생산됐을 때 도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고 시장에서의 가격까지 얘기하면, 이야기의 폭이 많이 넓어집니다.)

보드 게임 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게임들이 점점 더 다양하게 나옵니다.
펀딩을 통해 나오는 게임들도 있죠.

전에는 공급자가 i라는 게임을 낼지 생각해볼 때 '이 게임을 낸다면 값을 μ+4 수준으로는 받아야겠는데, 그 가격에 살 사람이 거의 없을 거야' 싶어서 i를 안 냈는데,
이제는 펀딩이라는 수단도 있고, 보드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확대돼서 i를 구매할 소비자의 비율은 적더라도 절대적인 수는 충분히 많아졌다고 판단돼서 i를 낼 수 있게 된 거죠.
그런데 i가 나왔다고 해서 '보드 게임이 다 비싸졌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비싸'졌'다고 비교하려면 같은 물건이어야 할 것 같은데, 게임마다 다 다른 물건이죠. 출시 되고 시간이 지난 a~e는 가격이 내려갑니다. μ+4보다 가격이 낮은 다른 게임들도 많습니다.
2008년~2010년에는 아그리콜라가 인터넷에서 6~7만 원, 대형 마트에서 10만 원이었습니다. 지금은 할인 때를 기다리면 3만 원대에 살 수 있습니다.(구판은 구성물이 더 많았다는 차이가 있지만, 지금은 구판보다 개정판이 선호됩니다.)
아그리콜라라는 게임이 만약 존재하지 않았다가 최근에 나와 8만 원 정도에 팔리면, 사람들은 그걸 그리 싸다고 느끼지 않을 것 같아요.
옛날에도 가격이 높은 게임도 있었고 낮은 게임도 있었다는 얘깁니다.
'좀 묵직한 게임' 포지션의 게임이라면 5~6년 전에도 명목 가격 5만 원 정도(그웨트, 데오윈, 언페어 등), 지금도 명목 가격 5만 원 정도(울브즈, 오리진스 등)인 것 같습니다.

입문 때에는 미니빌, 포세일, 젝스님트, 카멜업만 샀는데
지금은 아크 노바도 사야겠고, 디스틸드도 사야겠고, 버건디도 AR판으로 갖고 싶습니다.
자신이 보는 게임들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면 '아 보드게임 비싸졌다' 하고 체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크 노바, 디스틸드, 버건디 AR판만 출시된 게 아닙니다.
붉은 대성당, 브라질은 2만 원대(약 3만 원)로 나왔고
꼭 신작을 바로 사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나온 지 좀 된 게임이 할인할 때 사도 됩니다. 어차피 안 해본 게임이면 신작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최근에 스마트폰 주식회사는 9900원, 한자토이토니카는 1.7만 원, 휘슬마운틴은 2.5만 원, 좀비틴즈는 1.09만 원에 팔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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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 게임 가격이 내려갈 수는 있을까요?
최소 수용 의사액은 생산 단가에 달렸다고 봅니다.
한 번에 5000개를 생산하면 한 번에 1000개를 생산하는 경우보다 생산 단가가 낮아집니다.
그리고 판매자가 악성 재고를 떨이할 때 가격이 낮아집니다.

그러니까 어떤 게임이 인기가 아주 많아지면, 단기적으로(재생산하기 전까지)는 가격이 올라갈 수 있지만(윙스패은 가격이 34달러였는데, 긱순위가 올라가고 가격이 60달러까지 올라갔습니다.) 많이 팔리면 출판사는 결국 더 생산할 것이고, '많이 생산해도 되겠는데?' 싶을 만큼 전망이 좋아지면(인기를 얻으면) 결국에 가격이 낮아질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느 게임의 가격이, 그 게임이 자신에게 줄 기대 만족도에 비해 높다고 판단되면
일단 다른 게임들을 하고 있다가
나중에 할인할 때 다시 구매하는 걸 생각해보면 좋은 것 같습니다.
세상에 게임은 많으니까요.

 

덧붙여, 생산 비용 상승 때문에 판매가가 올라갈 수도 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실제, 생산 비용에 마진율 얼마를 책정해 판매가 설정을 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제가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판매 가격 수준은 수요에 달렸습니다.

물론 판매가를 최소 평균 가변 비용보다 낮게 매기지는 않겠지만, 생산 비용은 판매 가격 수준의 높낮이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사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위 예에서 말했듯 게임 i를 내려면 μ+4 수준으로는 해야겠는데, 그 가격에 사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으면 가격을 μ+3, μ+2 수준으로 낮춰서 내는 것이 아니라, 아예 i를 내지 않는다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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