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고르기 방식 ① 방 만들기 방식(현장 참석 전 미리)

2021. 1. 10. 12:44탁상게임 취미생활

모임에 게임이 A, B가 있다면 개인의 선택지는

i) A 플레이에 참여한다

ii) B 플레이에 참여한다

이렇게 둘만 있는 것이 아니라

iii) 둘 다 안 한다(불참한다)도 있죠.

게임 플레이는 즐거우려고 하는 활동이고, 시간을 쓰는 것도 비용이니, 싫으면 안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꼭 참석해야 할 의무도 없고

꼭 그 사람들이랑 해야 할 의무도 없고

꼭 그 게임을 해야 할 의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안 하고 싶은 걸 안 하고 싶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분위기의 영향도 있을 테고, 개인 성격의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모임에 안 가려고 한다면 그 이유는 아마 다음 두 가지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① 안 하고 싶은 게임을 억지로 하게 될까 봐

② 안 하고 싶은 사람이랑 억지로 하게 될까 봐

 

저도 전에 몇몇 모임을 다녀보면서 위 두 문제를 느끼고, 해결안을 고민해봤습니다.

역시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내가 모임을 만든다면?' 하고 규칙을 생각해볼 때 한없이 구체적인 규칙이 계속 늘어나고, 규칙이 너무 많은 걸 싫어할 사람들도 있을 테고...

 

지금 생각하기로는 모임 전에 각자 자유의사로 '예정 희망하는 플레이'를 표하고, 뜻이 맞는 인원이 채워지면 그 플레이를 '예정'하는 방식이 좋은 것 같습니다.

한번 긱에 올라와 추천을 받고 보드라이프에도 몇 분이 소개를 해주신 '모임 조언 글'에 "3. spotlight games를 미리 정하고 모여라"가 있는데,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https://www.boardgamegeek.com/article/25337404)

 

비유하자면 스타크래프트 배틀넷이나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 인터넷 게임에서 쓰이는 '방 만들고, 모이면 하기' 방식을,

보드게임 모임 단체 대화방에서 쓰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한 예정 방식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메신저에서 '예정 희망/결정 방'을, '일반 대화 방'과는 별도로 만듧니다.)





갑: "3-5인. 푸코. 10시 / 갑"

을: "4인. 아콜. draft룰. 10시 / 을"

병: "4인. 아콜. draft룰. 10시 / 을병"

정: "3-5인. 푸코. 10시 / 갑정"

무: "3-5인. 푸코. 10시 / 갑정무"

이러고 더 기다려도 다른 희망 의사표시 메시지는 안 올라왔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예를 들어 모임 전 날 20시에 의사표시를 마감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갑정무가 푸코 3인 플레이를 하기로 예정하는 것입니다.

을, 병은 아콜4인팟이 안 모인다면, '누구나 원한다면 참여의사표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은 것'이므로, 적어도 그 날엔, 그 플레이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그 게임 플레이를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하고 싶은 게임만 할 수 있습니다.

을병은 4인아콜draft룰 플레이를 못했지만, 그건 그날 이 모임에서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갑정무 중에, 이번 모임에서 푸코욕구를 풀어서 다음 번엔 아콜팟으로 참여할 인원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부수적으로 또한 '설명에 집중 안 하는 사람', '트롤러'를 상당히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게임 굳이 하고 싶다는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것이니까요.

 

모든 것을 예정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고, 최소 한 파티는 예정으로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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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예정한다고 하지 않고 '플레이를' 예정한다고 하는 이유는,

일정한 게임이라고 해도 인원, 선택규칙 및 확장 채용 여부에 따라 선호가 매우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을, 병은 아콜 4인플을 하고 싶지, 3인플은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존에 아콜 할 사람을 그냥 구해보면, 자기들이 "아콜 하실 분 구합니다"라고 해놓고 3인이 되었을 때 안 한다고 하기 곤란했던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테포마를 본판만, 노확장 플레이를 하고 싶은데

모임 내 다수가 맵확장이나 비너스 확장을 채용하는 것을 당연시해서, 매번 말못하고 억지로 확장 플레이를 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성격이 극도로 개인주의적인 것일 수 있는데요, 의무가 없는 일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누구도 강요받지 않기를 원하는 편입니다.

 

'미리 정하는 것을 번거로워 하는' 분들도 계신데요.

이 방식에서는 그런 분들도 존중이 됩니다. 앞서 적었듯이 모든 것을 예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최소 한 파티를 예정으로 하는 것입니다.

만약 위 모임에 "미리 안 정하고, 그냥 가서 그때 사람들이 하자는 거 할래"하는 성향인 사람 '기'까지 참석한다고 하면

을병은 할 게임을 생각해볼 때, 3인(을병기) 게임, 2인(기가 푸코팟에 끼는 경우 을병)게임 중에서만 생각해보면 됩니다.

갑정무가 푸코팟으로 묶였기 때문에 '몇인 게임들을 생각할지'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구체적인 플레이 예정 없이 모인다면 2인 게임, 3인 게임, 4인 게임, 5인 게임, 6인 게임을 다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 '하려고 생각해보았으나 하지 못한 게임'이 늘어나게 되어 불만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물론 달리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고 제 생각이 단 하나의 정답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저 이 예정 방식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 되시는 분들은 채용하시고, 아니면 마시기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