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게임을 살 것인가

2021. 1. 10. 15:38탁상게임 취미생활

'어떤 게임을 살 것인가'

 

'내가 하자고 할 게임'을 사야 합니다.
혹은 금방 하고 팔 게임, 1인 다역으로라도 돌릴 게임, 너무 팬이라 소장만 해도 만족스러운 게임을 사야 합니다.
'(여럿이서 하면)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것은 구매에 직접적인 이유로 삼기에는 적절치 않습니다.

이 점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 게임을 사는 것'과 '그 게임을 하는 것' 간에 필연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산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보통이고
하려면 사야 하는 게 아니라 안 사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도 그 게임을 다른 사람들이 같이 해주지 않으면 다인 게임을 돌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같이 해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우선 매니악(스스로 탁상게임을 하고, 본인의 취미가 탁상게임/보드게임이라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 인구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모임을 가도 보통, 모임에서 할 게임을 고르는 건 목소리 큰 사람이 하자는 대로 하게 됩니다.
모임에서 안 하고 싶은 것을 '안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눈치 보이는 일입니다. 사실 안 해도 되는 것인데 말입니다. 탁상게임의 특수성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모임에서 고르기 방식'에 대한 제 글을 보시면 좋겠습니다.)

반대로 그 게임을 할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그곳에 그 게임도 이미 있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예를 들어 '아그리콜라'를 좋아하는 사람이 4명 있습니다. 그중 한 명만 아그리콜라를 가지고 있어도 넷이서 게임을 할 수 있는데, 실제 4명이 모두 각자 하나, 혹은 여러 개씩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안 사도 그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얌체라고 생각할까요? (그렇게 보는 사람들도 소수 있긴 하지만) 보통은 오히려 고마워합니다. '내가 돌리고 싶은 게임을 돌릴 수 있게 해주다니!' 하고요.
탁상게임의 세계에서는 사람이 게임보다 귀합니다. 게임은 한 번에 하나씩 밖에 못 돌리는데, 그걸 또 여러 사람이서 한 게임을 돌리기 때문입니다.
세상엔 탁상게임이 10만 개가 넘고, 저는 해볼 만한 게임이 적어도 1000개(비율로 말하자면 1%)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드게임카페, 아지트에는 수백 개의 게임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수십 개를 걸러도, 여전히 '할 게임 후보들'은 많이 남습니다.

'내가 하자고 할 게임'을 사야 한다는 건 이런 얘깁니다.
예를 들어 대만차연대기를, 본인은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서 꼭 하고 싶은데 모임 내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안 살 것 같습니다.
내가 사서 혼자서라도 익힌 후 모임원들을 꼬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면 대만차연대기를 사는 겁니다.
만약에 그 게임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여겨진다? 그런 게임은 안 사면 됩니다.
사람들을 꼬실 자신도 없고 혼자 하는 것도 싫다? 사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게임이 재미있고 인기 있는데 다들 가지고 있다? 살 필요가 없습니다.

탁상게임은 책과 비슷합니다.
플레이 하고 싶은 건 산더미인데 시간, 수고가 상당히 들다보니 실제 플레이되는 건 적고, 선반에 보관되기만 하는 게 많습니다.
탁상게임은 상당한 보관 공간을 차지합니다. 내가 집주인이고, 그 게임들은 월세도 안 내는 입주자들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돌아가지 않는 게임은 '실업 상태에 있다'고 표현합니다.
'공간'은 소중한 자원입니다.
게임 보관 때문에 큰 집으로 이사를 한다는, 커뮤니티에서의 이야기들이 마냥 우스개소리만은 아닙니다.
게임 보관용 컨테이너를 몇 채 가지고 있는 분도 계십니다.

금방 하고 팔 게임을 사는 건 괜찮습니다.

금방 팔면 공간도 더 이상 안 차지하고, 탁상게임은 중고가격과 새 상품 가격 간에 차이가 거의 없으니까요.

물론 물건 상태도 새것 같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참고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49477&tb=board_community 

 

보드게임 커뮤니티 보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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