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을 돌다.

2024. 12. 7. 22:53잡담

1. 새로운 걸 안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예전에 어느 학원을 다니면서, 학원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생활을 얼마간 했는데요.

어느 식당이 가장 좋을까? 이런 것도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어 합니다. ‘대강 아무 거나 골라, 대강 넘겨이런 걸 잘 못합니다.

근처 20여 곳 식당을 다 가봤습니다. 다 알아볼 때까지는, 한 번도 같은 곳을 고른 적이 없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저 사람은 먹어본 거 또 안 먹고, 매번 새로운 걸 선호하는구나하고 오해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대입니다.

다 가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식당 한 곳()을 골랐고,

이후 그 학원에 다니는 내내 매번 똑같은 식당, 똑같은 메뉴만 골랐습니다.

앞서의 탐색 기간, 그 답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최근에 먹은 메뉴 또 먹는 걸 피하는 걸 당연시하시던데,

저는 잘 질리지가 않습니다. 음식뿐 아니라 게임도, 사람도.

어딘가 고장이 난 인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드게임도 시작하고 보니, 아주 다양하게 있더라고요.

여러 주제에 관심이 갔습니다.

 

제가 새로운 게임을 얼마만큼 하고 있었는지 잘 체감은 안 됐는데요.

'앞으로는 새로운 게임 해보는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사실은 매년 해왔습니다.

돌아보니 새로운 게임을   100개 정도씩,  2017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해봤더군요.

 

'잘 모르는 게임이고 남이 추천해준 게임도 아닌, 언급 없는 게임이지만

순수 저의 호기심, 관심으로 구매를 한 것'은, 3만 원 이상인 게임은,

2021.4. 금성의 상인 2이 최근입니다.

(2024년에도 호기심 때문에 한 구매가 있긴 한데, 그런 게임에 대한 지불용의가 많이 내려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400개 해본 시점에, 새로운 게임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든 것 같네요.

그리고 2024.7.까지, ‘어느 선 이상, 가장 관심 있었던 게임들은 충분히 해본 것 같아요.

앞으로는, 지금까지 알게 된 좋은 게임들에 더 초점을 맞출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이것도 뭐 절대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좀 여유가 있었다면, 혹은 새로운 걸 추구하는 성향이 강했다면

반환점이 더 멀었을 수도 있죠.

 

인간은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지만, 언제나 모든 걸 생각하고 지낼 수는 없죠.

저는 8점 이상 매긴 게임이 지금 약 130개입니다.

그러니까 저의 8점 미만인 게임은, 저의 130위 안에 안 드는 게임인 거예요.

7점 게임이 나쁜 게임이냐?

7점은 나쁜 게 아니지만, 새로운 게임을 해봤을 때 7점 이하로 느껴지면

달리 말해 ‘어차피 이보다 나은 게 130개 이상이나 있다고 생각이 들면

새로운 게임 알아보기라는 활동의 효용이 낮은 것 같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1000개 이상 해본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보드게임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아니면 그냥 제가 까다로운 거라고 말할 수도 있고요.

보통, 좋은 게임부터 하게 될 거니까요.

나온 게임 중에 좋다는 평을 비교적 많이 받은 게임들이 결국 추천을 많이 받죠.

관점에 아무리 사람마다의 주관이 있다 해도, 공통되는 부분이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취향이 bgg 순위와 똑같은 어떤 사람 甲'이 있다고 가정해볼까요?

bgg 순위 1위 게임부터 차례대로 해본다면

100개 해볼 때까지는 다 앞으로 몇 개를 더해도, 여전히 개인 순위 TOP 100에 있을 정도로 좋은 게임일 거예요.

그런데 이후로는, ‘앞서 해본 게임들에는 못미치는 게임들뿐이겠죠.

그래서 해본 게임이 많아질수록, ‘또 새로운 게임 해보기에 대한 기대가 점점 내려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저도 아직도 여유가 생기면 해보고 싶은, 관심 있는 게임들이 있긴 합니다. '특히 이 게임은 스스로 찾아서라도 해보고 싶다' 체크해둔 게 약 300개, '이 게임은 기회되면 해보고 싶다' 체크해둔 게 약 1800개입니다.)

아무 게임이나 해보는 게 아니고, 보통 인기 게임부터 해보게 되니까요.

평범하게 생각한 게임이었더라도, 1600위 안의 게임이면

bgg에 등록된 게임 16만 개 중 상위 1%인 거죠.

 

물론 계속해서 새로 나오는 게임들이 있고, 새로 나온 게임이 기존 게임들보다 나을 수도 있으니

여전히 새로운 게임 알아보기에 기대가 내려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는 신작에 별로 기대가 없습니다.

 

2. 신작에 별로 기대가 없습니다.

 

신제품들이 기존 제품들을 참고할 수 있으니 점점 더 나은 게 나올 수도 있지만

좋은 게 이미 많이 나왔고 똑같은 걸 낼 수는 없으니,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신제품이 많이 안 나오는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요,

'사실은 신제품이 나오기는 나왔으나 금방 사라져서, 나왔던 줄을 저는 몰랐던 것'이기도 하겠더라고요.

 

 

투게더, 짜파게티가 옛날에 나온 제품이지만,

요즘 신제품에 별로 밀리지 않는 제품인 것 같습니다.

 


신작이 많이 안 나온다든가, 게임들이 비슷비슷하다는 글이 최근에 많이 보인 것 같더라고요.

추가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ulemarble&no=488034

그리고 다음 댓글을 봤는데요. 

 

 

보드 게임계의 황금기가 끝났나, 2016년 정도까지가 황금기이다 라고 말하는 유튜브 영상들이 있나 봐요.

저는 하나 찾았는데요.

https://youtu.be/ecB9bCoE2R8?t=749

 

 

Daniel님께서는 혁신적인 새로운 메커니즘이 등장하고, 그 메커니즘을 잘 활용한 게임이 거듭 나오고, 이 둘이 다 필요한데
지금은 전자는 멈췄고 후자만 일방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tb=board_community&bbs_num=60682

 

보드게임 [만화] 요즘엔 왜 재밌어보이는 맛도리 게임이 잘 안보일까 - 보드라이프 게시글

[만화] 요즘엔 왜 재밌어보이는 맛도리 게임이 잘 안보일까 - 보드라이프

boardlife.co.kr

 

뭐 꼭 예전에 나온 것들이 더 좋은 것도, 새로 나오는 것들이 더 좋은 것도 아닌 것 같고

예나 지금이나 훌륭한 작품의 비율은 낮은 비율이고,

이미 알고 있는 좋은 작품들이 많으니 저는 더 필요하지 않아서(어차피 게임이 너무 많아서 다 생각하고 있기도 무리고) 신작에 대한 관심이 잘 안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제가 평점 매긴 게임들을 출시연도별도 순위를 매겨보았습니다.

좀 세계지도 같네요.

(2006 이전은 여러 연도를 한 열로 묶었습니다.)

 

평점 매긴 게임이 가장 많은 출시연도는 2016년이네요.

저에게 최고의 출시연도는 2015, 2016이었습니다.

 

차근차근 한 열(한 출시연도)(2023, 2022, 2021...) 후기를 올릴 생각을 해서, 모자이크를 했는데요.

2024.1.1.‘2023 출시작을 하나 올리고 지금까지 다음 글을 못 올리고 말았네요.

 

2016년 이전 작은 500개 정도 해봤고, 그중

푸에르토리코, 푸드체인거물, 마르코폴로의발자취, 그레이트웨스턴트레일, 쓰루디에이지스, 알함브라 등 굉장이 훌륭한 게임들이 많이 있는데요.

2017년 이후 출시작들도 300개는 해봤지만

2017년 이후 출시작 중에는 특기할 만한 게임이 ROOT, 돌팔이약장수, 데인저데인저 말고는 없었습니다.

단순한 게임들 중에는 괜찮은 게임들이 꽤 있었는데, 웨이트 3.0 이상 게임 중에는 제가 해본 것 중에는 ROOT 하나뿐이었습니다.

 

3. 최근 출시작들이 안 좋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훌륭한 게임들 이미 많이 나왔는데 똑같은 걸 낼 수는 없으니까 점점 더 신박한 거 생각해내기 어려워지는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포켓몬 1세대, 2세대가 후 세대보다 좋습니다.

물론 추억 보정이 있을 수도 있고, 후 세대 포켓몬 중에도 매력적인 포켓몬들이 있지만,
후 세대에 덜 직관적이고 덜 매력적인 포켓몬들이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정이 안 가요.

(후 세대에 인간형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해본 순서랑 상관이 있을까?도 생각해봤습니다.

A를 먼저 해봤고 B를 나중에 해봤다고 하겠습니다.

일부는 '반대로 B를 먼저 해봤으면 B를 더 좋게 느꼈을 것 같다' 싶은 것도 있긴 했습니다.

 

어린왕자에 이런 얘기가 나오지요.

'네가 대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시간을 쏟은 만큼 그 대상이 네게 의미 있어지는 것이다'라고.

보드 게임 입문 초기에는 하나 하나 더 집중해서 했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그때는 이기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성적 잘 나오겠다' 하고 생각해본 뒤에, 같은 멤버로 그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지금은 자기 플레이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려고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라,

초플인 사람들이 게임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취향에 맞는 것 같은지를 더 신경 쓰고,

세상에 게임이 아주 많이 있다는 걸 알아서

게임 하나 하나에 예전만큼까지는 집중하지 않은 채 게임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결국, '나중에 해본 거였어도 이 게임을 더 낫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게 많았습니다.
푸코, 파그, 마폴, 그웨트, 쓰루, 푸체거만큼 내가 '우와' 하고 감탄할 게임이 앞으로 나올까? 하고 생각하면
저는 회의적입니다.

물론 저도 출시 게임들을 전부 해본 건 아니지만, 낭중지추라고 그래도 웨이트 좀 되는 게임 중에는 좋은 게임이면 거의 예외 없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웨이트 낮은 게임 중에는 긱 순위 낮은 게임들도 있죠. 노터치크라켄 등).

최근작들은 뭔가 간단한 '척'을 하는 느낌입니다.
'이 게임은 간단해요! 자기 차례에 이거 하나 가져오기만 하면 돼요!' 하는데
'뭘 골라 가져왔다. 그 내용을 처리한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어디에서 가져왔느냐에 따라 또 뭘 처리하고, 뭘 이용해서 가져왔느냐에 따라 또 뭘 처리한다' 이런 식으로.
그리고 문제점이 있으면 문제점을 없애기보다
장점을 부각해서 문제점을 가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게임들은 이미 나왔고, 똑같은 걸 낼 수는 없고(사실 정말로 개성 없어 보이는 신작들도 보이긴 합니다)

작가, 출판사의 능력 부족으로 좋은 게임이 안 나오는 것인가?

어쩌면 그렇 수도 있겠지만, 모르는 거지요.

그건 아니라고 가정하겠습니다.

만약 작가, 출판사가 능력이 되는데도 개성적이고 탄탄한 게임이 안 나오는 일이(제 관점)

어떻게 가능할까?에 대해서도

이런 거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전에는 진성 긱들만 보드 게임을 했음

→퍼블리셔들이 완성도 높은 게임을 내려고 함

→시장이 커짐

→덜 까다로운 사람들도 많이 하게 됨

→덜 까다로운 사람들이 진성 긱보다 인구는 더 많아서, 퍼블리셔들은 덜 까다로운 사람들에게 맞춤.

개인 입장에서 얘기하면 게임을 다양하게 많이 해볼수록 게임에 대해서도, 자기 취향에 대해서도 점점 잘 알게 돼서
점점 구매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비교적 덜 알 때, 구매는 더 한다는 겁니다.
많이 아는 사람은 '저 신작은 이러이러해서 내 취향에 안 맞을 것 같아' 하고 안 사거나
'저거랑 비슷하면서 더 나은 것 같은 다른 게임을 나는 알고 있어' 하고 안 살 수 있는 거죠.

(어떤 게임이 더 탄탄하고 개성 있는 게임인지를, 게임을 더 다양하게 해본 c가 더 잘 알아보고, c가 그런 걸 더 추구하지만

정작 구매는 b가 더 많이하기에 출판사는 c에게 맞추지 않고 b에게 맞춤)

 

그래서 출판사는 '덜 알 때의 사람들'을 유혹하기 좋게 게임을 낼 유인이 큰 것 같습니다.
그래도 훌륭한 게임이 새로 나오는 것은, 그저 감사한 작가의 고집 덕인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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