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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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책-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
원제는 'The Philosophy Files'이다. 한국판 제목은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따라 지은 것으로 보인다. 돼지 그림은 아마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낫다."는 J. S. 밀의 명언 때문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가 철학 책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나는 이 책을 추천해왔다. 첫째, 이 책은 쉽다. 지금까지 철학 책을 안 읽어오다가 이제 막 읽기 시작해볼까 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너무 읽기 수고로운 책을 접하면 '역시 책은, 역시 철학은 나랑 안 맞아' 하고 중도 하차할 것이다. 어려우면 뭔가 훌륭한 거라고 잘못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려운 건 좋은 게 아니다. 소통이 비효율적인 것이다. 둘째, 불편하게 자의적인 것이 없다. 유명한 철학자의 책을 보면 '어쩌고..
2021.08.21 -
후기-책-속 깊은 이성 친구
작가가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쓴 장 자끄 상뻬여서 관심 가지고 있던 책이다. 책을 펼치자, '나 이거 읽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난 이 책을 이미 읽었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잊고 있던 것이다. 다시 잘 보니 그럴 만했다고도 느껴졌다. 쪽마다 화자가 계속 바뀐다. 내용은 짤막한, 사랑에 대한 감상 같은 거랄까. '사랑은 인상적이다, 다 알기 어렵다. 우리는 미숙하다...' 이런 내용이다. 나쁜 책은 아니다. 다만 지금 읽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훌륭한 이야기를 찾으려 신경이 곤두서 있는 나를 만족시켜주는 책은 아니었다. 만족도: 5/10
2021.08.18 -
후기-책-롤리타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는, 롤리타가 아니라 키다리 아저씨 쪽이었던 것 같다.(키다리 아저씨도 아직 읽기 전이지만) 소설 롤리타는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부분들로 가득했다. 첫째, 남주인공이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과, 둘째, 남주인공이 돌로레스를 만나기 전부터 그 나잇대 여자에게만 관심이 있는 것이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었다. 지금 쓰는 이 후기에서 돌로레스는 롤리타라고, 남주인공이 부른 애칭으로 적지 않고 원래 이름인 돌로레스로 적는 것도 남주인공에 대한 내 반감의 표현이다. 나는 남주인공이 원래부터 14세쯤의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한 사람(돌로레스)를 보고 반했을 뿐일 줄 알았다. 아니었다. 애나벨과의 만남(이별) 후 남주인공은 9세~14세 여자에게만 관심이 있었고,..
2021.08.16 -
후기-책-마음
몰랐는데 나쓰메 소세키 작가도 꽤 옛날 사람이더라. 『마음』이 약 100년 전 작품이라는 걸 보고 덜컥 그 걱정부터 들었다.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이라서 유명한 것'인 걸까 봐.(난 '이야기가 훌륭한 작품'을 원한다.) https://game-table.tistory.com/46 ('시대의 변화'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주요 인물의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그것을 떠나서라도, 사회 배경이 현대 한국과 상당히 다른 배경인 작품은 읽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어려움은 없었다, 다행히. 이 이야기는 '上' 부분과 '下'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上은 좋은 부분이 없었고 읽는 동안 여러 모로 불쾌했다, 下는, 다른 작가가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느낌이 달랐다...
2021.08.15 -
후기-책-모모
읽기 전에 "모모를 읽고 내 인생관이 바뀌었다.", "꼭 읽어봐야 할 책" 이런 찬사를 많이 보았다. 한 권에 비유하자면 마시멜로 이야기, 두 권에 비유하자면 어린왕자+걸리버여행기 같은 책이다. 이 책은 교훈을 주려고 한다. 그게 자연스럽게 와닿으면 좋으련만, "이 책은 교훈을 주려고 하는구나!"가 너무 티가 난다. 쀼죽하게 튀어나온 느낌이다. 그 점에서 마시멜로 이야기 같다. 마시멜로 이야기가 좀 더 자연스럽다. 이 책은 어떤 것(물질적 성장에만 치중하는 것)에 비판적이다. 그 점에서 걸리버 여행기 같다. 억지스러울 정도로 사람들이 회색인들에게 쉽게 넘어간다. 저작 시기가 1973년이더라. 생각보다 옛날이라 놀랐는데, 그 시기라면 이 정도의 비판이 필요한 사회이긴 했겠다는 생각은 든다만. 부분적으로 낭..
2021.08.06 -
후기-책-진화하는 결혼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나는 결혼이란 무엇인가?를 차분히 생각해 본 바 결혼 생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이지, '사랑'이 아니고 '사랑'을 결혼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삼는 것은 자연스럽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결론을 냈다. 인류의 전체 역사를 보았을 때, 연애결혼은 상당히 최근에 퍼진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 확인하게 되었다. 널리 읽혔으면 하는 책이다. 소위 '전통적'이라고 여겨지는 것들(남자는 밖에서 돈을 벌어오고, 여자는 전업 주부가 되고, 웬만하면 젊을 때 모두 결혼을 하는 것)이 실은 1950년대에 들어 퍼진 문화라고 한다. 이 책은 결혼뿐 아니라 근본적인 사회 형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한국사를 배울 때 '구석기 시대는 완전히 평등한 사회였다. 사냥물을 똑같이 나누었다'고 배웠지만 ..
2021.08.06